대구의 문화거리-봉산문화거리

입력 1996-10-10 14:03:00

대구시 중구 봉산동, 대구학원 입구에서 봉산오거리에 이르는 6백여m 구간. 20여개소의 화랑 밀집지. 항상 그림과 미술품들로 넘치는 거리.

약전골목과 함께 대구를 대표하는 명물거리중 하나인 봉산문화거리의 명세서다.

중구 삼덕동 주변 번화가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대다수 화랑들이 지난 80년대후반 사회전반적 경기침체와 지가상승을 이유로 일제히 폐업.이전하면서 소규모 화랑과 표구점이 즐비했던 봉산동으로 눈길을 돌리게 된 것이 화랑가 형성계기. 실제 현재 화랑주인중 일부는 당시 액자.표구점 등을 운영하다 문화거리지정과 때를 같이해 새로 화랑을 개관한 케이스.

봉산동 화랑가는 이후 서울 인사동 화랑골목과 같은 명소가 필요하다는 지역미술계 여론에 힘입어 지난 91년 중구청 구정특수시책사업으로 대구의 유일무이한 문화거리 로 지정됐다.

지금은 갤러리 소헌,동원화랑, 송아당화랑등 20여개의 기획.대관화랑을 비롯해고미술품 취급업소, 표구점, 미술재료상등 60여개가 넘는 미술관련업소들이 폭4m 남짓한 도로를 중심으로 빼곡이 들어차 외형적으론 손색없는 그림천국 으로 통한다. 개최되는 전시회만도 연평균 1백50여건 이상. 학원가와 인접해 유동인구 또한 많다.

그러나 만성적 경기불황의 여파로 미술품 거래는 크게 위축돼있는 실정. 미술애호가들이나 가족단위 관객이 가끔 그림을 보러오는 정도일뿐 불특정 다수시민 의 발길은 뜸한 편이다. 주말의 경우 1개 화랑당 하루평균 10명미만의 관객마저 찾지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화랑 관계자들의 귀띔.

문화거리 최대행사는 봉산미술제다. 화랑미술제 성격을 띤 봉산미술제는 93년10월 19개 화랑이 참가해 첫 행사를 개최한 이래 해마다 20~30여개 화랑들이참여하는 꽤 규모있는 미술축제다. 그러나 그간 운영미숙과 예산확보 어려움,관객 유치노력 부족등 원인으로 명실상부한 시민축제 로서의 위상을 차지하진못했다는 것이 문화거리 안팎의 중론.

이에따라 화랑대표들로 구성된 봉산문화거리 운영위원회 는 15일부터 22일까지 열릴 96 봉산미술제(제4회) 에 전위무용가로 널리 알려진 홍신자씨, 조영남, 권인하, 노영심등 연예인들을 개막행사에 초청하는등 이벤트적 요소를 살려관객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봉산문화거리 운영위원회 박춘자 위원장(송아당화랑 대표)은 문화거리가 대구의 명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화랑 자체 노력과 함께 대구시민의 관심과 호응이 아울러 요청된다 며 시민들의 문화거리 나들이 를 호소하고 있다.

내년으로 임박한 국내 미술시장 개방이란 악재와 불황앞에선 문화도 배부른돼지의 넋두리 일 수밖에 없는 소비도시 대구의 현실. 문화거리가 진정한 문화적 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미술전람회 갈때도 돈내야 한다 고 생각하는일부 시민들의 편견섞인 오해(?) 불식과 시민들에게 눈높이 문화 를 제공할수 있는 화랑들의 문턱낮추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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