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새 章을 위하여"
엊그제 방송기자클럽에 초청된 김대중씨는 대통령 출마를 강력히 시사하면서 15대는 건너뛰고 16대 국회에 가선 내각제 개헌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다. 평소 필자의 지론은 정치얘기는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주므로 가급적 언급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씨의발언이 뉴스가 되고있고 야당총재로서의 무게도 실린 것이어서 내친 김에 3김에 대한 소견을 적어보기로 한 것이다.
鬪士에 대한 향수
지금 50대이상 된 사람들은 3김의 정치적 역정(歷程) 또는 행각(行脚)을 잘 알고 있다. 40대도 신문을 열심히 본 사람이면 3김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선 김1(김영삼씨)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한다 면서 색채가 불분명한 3당합당을 감행, 천신만고끝에 대통령이 되는데 성공했다. 임기가 1년반도 남지 않았으나 퇴임하고나면 그에 대한 평가가 있을 것이므로 여기선 공적과 실정(失政)을 적시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김2(김대중씨)는 필자와 같은 연배의 사람들에겐 영웅이었다. 김1과 달리 그의 능변(能辯)과 화려한 투쟁경력, 그리고 명석함에 매료된 것이다. 1971년 대통령선거때 그의 연설을 듣기위해 비포장길 버스로 경주까지 달려 갈 정도였다.
그의 저서 대중경제 는 젊은 우리들에게 사회정의와 소득배분에 눈뜨게 하기에 족했다. 필자와는 어떤 인연같은 것이 있었는지 83년 그가 미국 망명왔을때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그가 도착한다는 뉴욕시의 라구아디아공항에 자발적으로 출영(?)도 했다. 바바리코트를 입은 키 큰 미국보안요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승용차에 오르는 모습은 자랑스럽기도 했다.
곱잖은 권력집착
퀸즈칼리지 강당과 허드슨강변의 어느 교회서의 두차례 연설은 독재와 싸운 민주투사의 전형을보는듯했다. 그 뒤의 얘기도 많지만, 김2에 대한 향수(鄕愁)를 더듬어본 이유는 이제는 그만 후진양성을 위해 매진해 주십시오 라고 말하고 싶어서이다. 세월은 변했다. 어두운시절 30~40년동안정치생활만 한 사람을 이 시대는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말하면 민주화투쟁의 시절, 그 동시대인이 또는 동지가 우여곡절끝에 집권해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면, 건전한 비판자.고언자(苦言者)로 남아 있어야지, 김1이 대통령하는데 나는 못할 이유가 뭐냐?는 식으로 대통령직에 집착한다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나싶은 것이다.民意 바로 읽어라
또 하나 많은 한(恨)을 품어온 사람은 권력의 정상에 서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자신을 갈고 닦았다 하더라도 그도 인간이기때문에 지역주의 타파가 아닌 특정지역의 한풀이를 은연중 내비칠 가능성이 없지않아 국가적으로 절실한 통합 의 기회는 점점 더 멀어져 갈 것이 뻔한 이치다.
대통령제니 내각제니 하는 것이 현재 국민들에 무슨 필요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나머지 김3은 내각제를 정치적 승부수로 보는지 입만 열면 내각제다. 정치인이 소신을 밝히는 것이야 어쩌랴마는현행 대통령중심제(5년임기)에 문제(권력집중)가 있다면 이것을 때가 되면 손질(부통령제 신설등)하는 노력을 먼저하는 것이 바른 길이 아닐까.
아무리 좋은 제도도 사람이 운용(運用)하는 것이다. 부질없는 공방은 집어치우고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진 경제와 민생에 주력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우리 젊은 날의 영웅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국제화.정보화.실용화의 과제만 잔뜩 짊어지고 있다.민의(民意)는 또다시 정치권의 조작(操作.Operation)에 의해 후회할 표를 던질지 모른다. 그러나역사의 새 장(章)은 반드시 열리고 말리라 믿는다.
〈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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