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봉(Esta Bom)인가 뚜두 마우(Tudo mal)인가

입력 1996-09-13 00:00:00

따봉 ! (Esta Bom)

브라질 말(실제로는 포르투갈어)로 좋다 는 뜻으로서 영어의 굿(good)과 같다. 더 좋다는걸 강조해서 말할때는 뚜두봉(Tudo bom=all good)으로도 쓴다. 브라질 상파울로 교민들이 김대통령의 남미순방을 환영하는 자리에 YS따봉 문민정부 따봉 이란 피켓을 들고 나왔던 모양이다.

해외동포들로서는 모국의 대통령이 이역만리 타향살이하는 외로운 그들을 만나 고 현지국가와의 정치적 경제적 유대강화를 지원하러온 순방을 기대에찬 따봉 의 마음으로 반기는 건 당연하다.

지금 우리 경제현실로 볼때도 중남미와 남미시장의 개척과 투자확대는 현지교 민들의 기대나 희망 못잖게 절실한 국가적 과제로 떠올라 있다. 그러나 고만고 만한 중남미 국가와는 달리 브라질은 생각만큼 그렇게 녹녹하고 우리 자본이나 기술앞에 맥을 못출정도의 호락호락한 대상이 아니란 점을 냉정하게 먼저 인식 해야 한다.

한때 연간 1천%가 넘는 살인적 인플레가 계속됐고 벌거벗은 옷차림에 삼바춤 이나 추면서 축구에나 미쳐있는 듯해 보인다고 해서 속까지 만만하게 여기다가 는 그야말로 코를 다친다.

한때 조선(造船)수주 실적이 일본과 노르웨이를 따라 잡았다는 위세만 믿고 해 안선이 긴 브라질에서 조선사업을 꿈꾸고 찾아갔던 한국의 대기업이 산토스 해 군기지에서 오래전부터 자체 건조한 잠수함을 보고는 두말없이 발길을 돌렸다 는 소문도 브라질이 결코 현재 한국의 기술수준만으로도 콧대를 세울수 있는 베트남이나 스리랑카같은 동남아 국가와는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세계최초의 비행기 모형과 시험비행 기록이 보존된 상파울로 공원의 비행기 박 물관만 해도 라이트 형제보다 먼저 비행기를 발명했다는 역사적 자부심을 갖고 있는 나라다.

그만큼 중공업 분야 기술축적의 뿌리가 의외로 깊다.

대통령끼리 악수하고 만찬장에서 칵테일을 마신다고 경제적 외교적 현안들이 우리 맘먹은 대로 쉬 풀릴거라는 자만심은 경계해야하는 나라라는 말이다. 이미 그곳에는 독일과 이태리 미국 유태계가 호랑이 담배피울 시절부터 자동차 산업,통신전자 산업분야에 진출해 들어와 막후에서 경제권을 휘어잡고 있다. 거기다 남미 이민사(史)가 1백5십여년이 다돼가는 일본은 모국 국토면적의 6배 가 넘는 광활한 땅을 매입해둔지 오래고 일본 본토 제약회사들은 아마존 밀림 의 약초개발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형편이다.

소위 돈될만한 것은 이미 발빠른 선진국들이 거미줄처럼 곳곳에 빨대를 꽂아놓 고 투자와 개발이득을 뽑아가고 있다.

그나마 브라질에 경제진출의 터전이라도 잡아보겠다고 현지 땅 매입 발상(發 想)이나마 할수 있었고 또, 실천했던 인물은 고 박정희 대통령 한사람 뿐이었을 만큼 한마디로 늦어도 한참 늦었다.

3백여년전 아마존 숲속 마나우스에 황금으로 장식한 세계3대 오페라 극장을 지 어놓고 유럽의 문화를 즐기고 이어온 그들의 문화적 자존심도 간과해선 안된 다.

이제 겨우 돈좀 번다는 동양의 한 개도국이 달러 몇푼 쥐고와서 수혜국(授惠 國)의 자세를 보이려 들다간 가차없이 그러한 문화적 긍지와 자존심에 걸려 나 가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한국과 브라질의 교역은 4년전 9억달러에서 지난해 29억달러로 느는듯 했지만 올해 12억달러로(7월말 현재)줄어들고 있다. 현지 투자규모 역시 1억달러가 채 안된다. 브라질에 투자된 외국자본 유치총액의 0.17%에 불과한 수준이다. 첫술 에 배부르진 않겠지만 따봉!이라고 하기엔 아직 모두가 좀더 겸허할 필요가 있 다.

더구나 국내의 경제사정이나 정치상황은 결코 YS나 문민정부에게 따봉의 찬사 를 붙여줄 분위기가 아니다. 한마디로 따봉이 아닌 뚜두마우(Tudo mal=all bad. 모든게 나쁘다)다.

외교순방의 노력과 효과는 긍정적으로 후원하지만 귀국후 경제의 회생,정치의 신뢰회복, 특히 지역이해가 엇갈리는 정책현안의 해법에서 대권논리로 부터의 진정한 해탈을 보여주지 못하면 YS와 문민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손에는 뚜두 마우 의 피켓만이 들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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