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운전면허不正 15명 뿐인가

입력 1996-09-07 15:12:00

대구경찰청 운전면허시험장 전산직원이 학과시험전산자료조작으로 저지른 면허부정 사건은 10여년만에 불거진 시험부정 그자체도 문제지만 지능적인 컴퓨터범죄란 점에서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이 절실한 새로운 수법의 범행이다.

또 모든 행정의 전산화 추세속에 컴퓨터가 신속성과 인원절감효과도 있지만 이것이 범죄에 이용되면 워낙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좀처럼 발견해내기어렵다는 정보화의 양면성 을 새삼 깨닫게 해준 사건이기도 하다.

94년부터 운전면허시험장 학과시험 전산업무를 맡은 기능직7급인 주범은 채1년도 안된 이듬해 5월부터 범행에 착수했던 것이다. 그후 10개월동안 누구의 제지나 간섭도 없이 컴퓨터를 조작, 이번에 드러난 것만 15명의 학과시험 불합격자의 성적을 합격점수로 조작, 면허를 따게 해줬다. 이 사실은 차상급자(次上級者)가 있어도 그가 컴맹이라면 눈을 번히 뜨고 봐도 범죄사실을 적발해낼 수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이번 범행은 알고보면 아주 간단하다. 범인은 시험장내의 일용직2명과 운전학원 관계자등 브로커들의 부탁이오면 시험 당사자의 번호를 알아 불합격된 점수를 합격점수로 전산자료를 수정한다음 응시원서에 미리 위조한 합격이란 고무인을 찍어줘 기능시험을 보는데하등 지장이 없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범인은 전산수정자료를 실제답안지와아무도 대조하지 않는다는 허점을 악용해온것이다. 이 대조과정 만 철저했더라도 부정을 막을 수 있었고 전산자료의 최종 검색과정이란 제도적 장치만 있었더라도 범행이 오래도록 갈 수는 없었을것이란점을 경찰청은 유념했어야 했다.

하루 1천5백명에 연간 40만명이 치르는 시험자료를 기능직 직원1명에게만 맡긴것도 사실상 문제였다. 이는 이번에 발각된 15명이 과연 그가 저지른 범행의전부일까에 대한 강한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이를 뒷받침하는것으로 적발된15명이 한결같이 학과시험에서 2번이상 불합격한 사람이란 점이고 통상 1회 불합격률이 70%안팎이라는 사실로 미뤄봐 여죄가 더 있을것으로 쉽게 짐작이 간다. 또 브로커숫자만 7명인데다 이들의 직업이 바로 시험장내의 일용직이거나운전학원관계자들이란 점에서 유착심도 로 봐서도 15명이란 숫자는 누가봐도수긍할수없는 사안이다. 인천의 부정사건에 자극을 받아 자체점검차원에서 당해 대구경찰청수사에서 적발해낸 결과라는 점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 는 의혹이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수사를 전면확대하거나 제3의 수사진이 재수사하지않는한 시중의 이같은 의혹을 씻을수 없을것이다.

더욱이 이번사건은 운전면허시험이 대행기관인 사설학원에서도 치러지는 시점에서 불거져 이들 학원의 부정개입 개연성을 아예 차단한다는 경종의 차원에서도 어물쩍 넘길상항이 아니다. 면허계장에게 감독책임을 물어 직위해제했지만과연 기능직1명의 단독범행일까, 뇌물의 사슬이 없었을까도 의문스러운 점이다.철저한 대책과 수사가 없는한 시민들의 불신을 씻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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