每日春秋

입력 1996-09-07 14:29:00

가을 내음이 성큼 다가온다. 처서(處暑)가 지나면 모기도 턱이 떨어진다더니 열대야에 모기공습으로 밤잠 설치던 괴롭고 짜증스럽던 밤들도 지나갔다.

한여름 오동나무위에서 삼복의 행진곡을 맹렬히 연주하던 매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느새 울밑에서는 귀뚜라미 소리가 가을의 서곡으로 들려온다.

가을은 사람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가을 알차게 영글어지는 자연을 바라보면서 나는 과연 꽃피고 새우는 봄날을얼마나 아름답고 멋있게 살았는가를 반성해본다. 또한 한여름 더운날에는 얼마만큼이나 땀흘려 작업하고 노력했는가를 생각해본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시간은 고사하고라도 현재 이 가을의 문턱에 서 있는 나는어떠한가.

저 높디높고 푸르디푸른 맑은 가을하늘처럼 우리도 티없이 맑고 파랗게 트여지기를 소망한다. 또한 밤하늘의 별빛과 달빛을 바라보면서 세상사에 좀더 초연해 지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오늘의 우리사회는 너무도 시끄럽고 복잡하다. 타율의 법률은 무성하지만 자율의 질서는 퇴색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힘의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의힘이 같이 있는 것은 물리학의 원리가 아닌가. 문명된 사회는 남과 더불어 사는 조화된 삶을 영위할 줄을 터득한다.

약육강식이 동물계, 우리인간, 사회의 본능이고 본성이지만 나만의 위주가 아니고 남의 처지도 함께 생각하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리라.

서로가 양보하는 마음과 나의 몫까지도 나누어 줄 수 있는 마음의 너그러움을가꾸어 나갈때 우리의 사회는 더더욱 아름답고 즐거워지리라.

〈효성가톨릭대 부교수.동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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