每日春秋

입력 1996-07-16 14:23:00

참되거라 착하거라 가르쳐주신… 올 스승의 날 학생들로부터 처음 들은 뜻깊은 노래, 스스로는쑥스러워 불러본적 없는…. 참되고 착한 것만큼 소중한 것이 있을까. 요즘처럼 혼돈스럽고 팍팍한시대, 착하게 산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그것은 많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능력도 요구된다. 어쨌든 착함이란 인간이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이다.

그런데 착하게 산다는 것은 맹목적이어서는 곤란하다. 진실됨과 연결되지 않은 착함이란 어리석고 무모하고 위험할 수도 있다. 사회적, 역사적, 인간적 진실을 모르거나 외면한 채 무조건 착하기만 해서는 그 착함의 의미가 많은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진정한 착함을 위해서는 우리는 늘 사회적, 역사적 진실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실제 우리의 마음은 그렇게 쉽게 열리지 않는다)

그런데 요새 젊은층, 특히 여성들에게서 왜곡된 착함을 많이 보게된다. 이데올로기적으로 착한 얼굴들, 구조적인 폭력에 순종적인 얼굴들, 제도적으로 착해지도록 세뇌당한 얼굴들. 참말로 오늘날젊은 여성들은 얼마나 착한가(특히 대구, 경북에서). 비싼 옷을 입을수록, 화장이 두꺼워질수록,다이어트로 날씬날씬해질수록 착해진다. 거기다 배꼽티를 걸치면 더더욱. 나같은 모래시계 세대가 보고 있노라면 심히 걱정되는 얼굴들.

필자는 광주민중항쟁과 관련된 문학강의를 한적이 있다. 마침 불어오는 봄바람에 못이겨 그 얼굴들, 닭처럼 졸았다. 졸면서도 나름대로는 귀기울여보려고, 눈 똑바로 떠보려고 애쓰는, 이상야릇하게 일그러지는 안타까운 얼굴들. 두꺼운 화장 속에서도 보이는 인간적인, 비틀린 한국현대사적인얼굴들. 그리하여 나와 그들 사이 믿음이 생겨나는 얼굴들이었다.

〈시인.대구대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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