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고루 포진 .."世代교체" 기치

입력 1996-02-10 14:28:00

"運動圈 대거 출마"

운동권 출신, 개혁성향 인사들의 대거 출마는 이번 총선에서 하나의 주기류로자리잡았다. 실험적인 단계를 넘어 성숙과정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적잖다.소위 운동권의 제도권 진입시도가 이번에 새롭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오히려 지난 13대 총선에서 봇물을 이룬 바 있다. 쟁점도, 바람도 없었다는 14대 선거에서도 운동권 인사들의 출마는 꽤많이 눈에 띄었다.

문제는 올해의 출마양상이 수적으로 많고 적음을 가리는 수준에 머문게 아니라는 데 있다.정당 공천을 받고서야 출마했던 예전 선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무소속 출마하는운동권출신이 부쩍 증가했다. 자생력을 갖춘 단계에 들어섰다는 얘기다.운동권 출신의 여의도 공략은 13대때 각별했다. 당시 평민당은 선명성 부각을위해 20여명에 달하는 재야인사를 대거 공천했고 민주당도 7명을 공천해 상당수가 진입에 성공했다.

14대때에는 당시 민주당이 20여명의 민민운동권을 공천했고 민중당은 노동운동투쟁경력을 갖춘 노조활동가만 50여명을 입후보시킨 바 있다. 여야를 가리지않고 노동계 후보만 따져 70여명이 출마했다는 분석도 있다.이번 총선에서 운동권출신 출마규모를 파악하려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이지만그 어느 때보다 많을 것은 분명하다.

이들은 대개 세대교체론과 여당의 개혁지향 정책에 힘입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그런데 이 두가지 힘은 대구.경북과 대구.경북이 아닌 지역에서 각각 배타적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대구.경북에서는 세대교체론을 내세운 무소속 출마가, 그외 지역에서는 정당후보 출마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전국 상황을 보면 과거 야당공천 출마가 전부였던 것에 반해 이번에는 여야 각정당에서 고루 공천하고 있다. 15대때의 특이 대목으로 지적될 만하다.대구.경북을 보자. 핵심 운동권출신은 물론, 핵심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민주화투쟁의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는 세대들이 본격 등장했다. 개혁을 지향하는 인사들도 이에 든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을 거칠게라도 나눠보면 세 분류로 구분된다. 핵심 운동권출신으로 이왕에정계진출한 그룹, 주로 학생운동 경력을 갖고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 출마하는그룹, 정확히 운동권은 아니지만 개혁성향을 뚜렷이 하는 그룹 등이 그것이다.첫째 그룹에는 민청학련사건의 李康哲위원장(민주당.대구중구), 계명대 학생운동 출신의 金鎭泰위원장(민주당.대구남구), 반유신투쟁과 노동운동을 했던 金顯根씨(대구서갑), 노동운동 출신의 金基洙씨(대구서을), 고려대 학생운동출신의安熙大(민주당.경북예천), 기독교운동을 했던 李光熙위원장(민주당.경북영주) 등이 있다. 대부분 옥고를 치를만큼 민주화투쟁의 최전선에 섰던 이들이다.

6.3세대로 한일회담반대투쟁을 벌였던 鄭昞哲(민주당.대구북을) 安澤秀위원장(자민련.대구북을)과 金重泰씨(수성을), 반유신투쟁의 方茂成위원장(민주당.포항북)등도 원조(元祖) 운동권 에 든다.두번째 그룹에는 각 대학에서 학생회 관련활동을 했던 金映徹(대구중구), 金天熙(대구서갑), 南七祐씨(대구수성을) 등을 들 수 있다. 경북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朴亨龍씨(대구수성갑)가 재야 결사체인 민주주의민족통일대구.경북연합 지원을 받아 나서는 것도 특히 주목할 부분이다.

세번째에는 경실련 불교단체 등에서 활동하면서 개혁성향을 보여온 林大潤위원장(민주당.대구동갑), 崔相天효성가톨릭대교수(대구동을), 權五祥변호사(대구북을), 李允基위원장(민주당.대구북갑), 金仁錫 전시의원(대구수성갑), 李仁基변호사(경북칠곡.군위) 등을 들 수 있다.

두세째 그룹에서 상당수는 첫 출마이다. 힘의 공백 으로 불리는, 지역의 열려있는 공간이 이들의 출마를 부추긴 것으로 볼 수 있다.부담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개혁을 달갑잖게 보려는 지역 정서를 걸림돌로 여기는 듯 하다.金基洙씨는 이에 대해 운동권은 지난 한세대동안 장외의 중요한 정치적 동인(動因)이었다 고 전제하고 개혁의지를 현실정치에 접목하려는 시도로서, 편견없이 봐주기를 원한다 고 말했다.

〈李相勳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