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해 소화역량 미흡

입력 1995-12-11 08:00:00

대구미술계는 올해 '미술의 해'라는 큰 이벤트를 독자적으로 소화해낼만한역량을 보여주기엔 여러가지로 미흡했다.각종 전시회는 일정표가 비좁을 정도로 많이 열렸지만 미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획기적으로 촉발시킬만한 전시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혹자는 단한번이라도 미술에 대한일반시민들의 통념을 뒤흔들어 놓을만한 행사가 있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지적도 했다. 비중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깔끔하게치러낼만한 역량과 여건이 성숙지 못한 탓도 있지만 겁없이 덤빌만큼 의욕도보여주지못해 결국 '미술의 해'는 애당초 일부 사람들의 공허한 구호뿐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올 한해 국내 미술계의 환경은 숨가쁠 정도였다. 베니스 비엔날레에한국관이 처음으로 개관됐고 아직 내용적인 평가는 때이르지만 한국미술의세계화를 주창한 광주비엔날레의 창설과 화랑들의 국제전시회 기획유치가 봇물을 이루었다. 조만간 본격적인 미술시장 개방을 앞두고 이미 자유경쟁체제의 전초전에 돌입함으로써 언제까지나 빗장을 굳게 걸어두고 있을 수 없는어 려운 상황에놓이게 된 것이다.

이에 반해 대구미술계는 이같은 외적인 변화의 물결을 그저 바라보고 있는수동적인 입장이었다. 백남준'예술과 통신'전, 대구현대미술동향전, 칸딘스키와 러시아 아방가르드전, 월북작가 이쾌대전, 95서울판화미술제 대구특별전, 95여성표현전, 오승우한국명산1백전등이 어느정도 비중있는 전시회로 행세했다. 대구의 작가 개개인의 노력도 미흡했다. 작품전은 봇물을 이루었지만 볼만한 전시회는 없었다. 관객들은 개성없는 작품들을 접하고 실망했다.작가가 미술의 전부라는시대착오적 발상이 여전한 때문이었을까. 파레트의물감이 마르지않을 정도로 열심히 작업하는 몇몇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저 작품을 내걸기위한 전시회로 일관했다.

한편 언론사,공공기관등 일부단체의 뜻깊은 전시회유치에 나름대로 힘을보태 돋보였지만 계속되는 불경기속에서도 미술에 대한 관심과 분위기를 이끌어가려는 몇몇 상업화랑들의 약진이 인상깊었다. 인구 2백만명이 훨씬 넘는 광역시 대구에 아직까지 공공,사설미술관 한 군데 없는 서글픈 현실을 감안해볼때 이들 개인화랑의 노력에 대해서는 평가를 달리해야할 정도다. 이와함께 이대로의 대구미술은 곤란하다는 위기의식속에 새해부터 미술계를 새롭게 변화시켜 보려는 일부 기관단체의 움직임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어 미술의해를 다 보내는 현시점에서 그나마 다행이고 미술의 해의 유일한 소득이었다.

〈서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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