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스토브리그 프로야구 연봉협상

입력 1995-12-04 08:00:00

연봉협상과정은 언뜻 선수와 구단간의 팽팽한 줄다리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불평등한 양측의 조건과 구단의 보이지 않는 전략이 숨어있는 일방적인게임이다.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5분대기조'와 '힘빼기작전'.

협상테이블의 '5분대기조'란 2군선수들 사이에 흔히 쓰이는 자조적인 표현.

연봉협상기간이 시작되면 선수들은 정해진 자신의 날짜에 구단사무실을 찾는다.

이때 2군 혹은 1군의 후보급 선수들도 나름대로 할말과 기대를 안고 협상테이블에 앉지만 정작 계약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이 채 안된다.삼성의 한 선수는 "1년동안의 성적점수와 이에 근거한 내년시즌 연봉액을듣고 시키는대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 끝입니다. 길어야 5분이지요"라고말했다.

공연히 항변하다가는 구단의 계약담당자들로부터 "운동 그만두고 싶으냐", "너만한 선수는 많아"등 수모만 당한채 도장을 찍게 된다는 것.연봉협상기간이 '야구에 가장회의를 느낄 때'라는 말이 나도는 이유도여기서 비롯된다.

이에 반해 고액연봉자, 성적이좋아 큰폭의 인상을 주장하는 선수등은 구단의 '힘빼기작전'에 걸려든다.

우리 프로야구에서는 선수들의 활동기간을 매년 2월1일~11월30일로 보고이 3백일에 대한 연봉을 12개월로 나누어 지급한다.

따라서 계역경신은 12월1일~1월말까지 이뤄져야 하고 계약이 2월로 넘어갈경우 매일 3백분의 1씩 연봉이 깎인다.

구단은 이런 사정을 이용, 이들 선수와는 12월초 한두번 테이블을 마주한후 협상을 거의 진행하지 않는다.

날짜가 점점 지나 대부분 선수들의 계약이 끝나고 '미운 오리새끼'가 된선수들이 초조해질때 쯤이면 그제서야 구단은 협상을 본격화한다.계약경신기간이 코앞에 닥친 선수들이 택할수 있는 방법은 적당한 선에서계약을 체결하는 것 뿐.

이밖에도 구단은 선수유형에 따라 강·온작전을 적절히 구사, 주어진 범위내에서 의도대로 연봉문제를 타결해나간다.

프로야구라는 화려함과 명성뒤에 감춰진 불평등의 그늘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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