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뒷걸음질 배경

입력 1995-12-01 23:14:00

5·18특별법제정을 둘러싼 정국이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정도로 숨가쁘게 전개되고있다. 30일 하룻동안 개헌추진에서 개헌유보로 돌아서는등 여권의 후속대응책은 급전을 거듭했다.노태우씨의 비자금에서 시작된 정국은 이제 사정없이 정치권을 압박하고있는 김영삼대통령의 몰아치기식 해법에 따라 종착역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행보를 계속하고있다. 개헌은 5·18특별법에 대한 위헌시비가 끊이지않자 아예 화근을 없애자는 강박감에서 출발했으나 오히려 무리수가 되고있다.여권은 민자당 5·18특별법기초위에서 개헌을 하지않고 현행법으로도 특별법제정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듣고는 개헌유보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개헌론제기후 여권핵심의 기류와는 달리 특별법기초위의원 9명가운데 7명이 반대하는등 당내에서개헌추진에 대한 반대가 예상보다 높은데다 야권의반발도만만치않자 곧바로 개헌카드를 철회했다. 섣부르게 개헌론을 제기했다가 여론의 부담만 자초하고 야당에 빌미만 잡힌 꼴이다. 그러나 여전히 위헌시비가 잔존해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여권은 언제든지 다시 개헌카드를 들고나올 개연성이 적지않다.

김대통령이나 여권핵심은 "국민적합의와 다름없는 군사쿠데타의 잔재를 청산하자는 것인데 반대할이유가 있겠느냐"라는 단순논리로 접근했으나 개헌은 그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잠재적 폭발력이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물론 당장은 개헌카드를 철회했지만 어떤 조치가 뒤따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있다.

개헌추진이 여의치않게되었지만 그 여파는 간단치는 않을 전망이다. 이미정국은 정계재편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있다. 김대통령과 민자당지도부가 "5·18특별법제정은 과거와의 단절이 아니라 역사를 바로잡고 과거의 부정부패를 청산하기위한 것일 뿐"이라고 누차 강조하고있지만 이를 액면대로 믿는사람은 많지않다. 5·6공에 대한 단죄와 단절은 민정계의 기반자체를 무너뜨리고 자기부정을 인정하라는 강요로 들린다. '신한국당'과 '민주선진당'으로압축된 민자당의 당명변경이 시작이었다면 5·18특별법은 전통적인 여권의지지기반을 허물고 새롭게 정치판을 짜려는 시도가 본격화되었다는 징후로받아들여지고있다.

물론 민자당은 내년1월중순이후에 소집할 전국위원회를 공천자대회와 함께열어 여권의 정비를 마무리하고 총선에 임하겠다고 밝히고있다. 그러나 정치판 새판짜기는 벌써부터 진행되고있다는 점에서 민정계를 중심으로한 당내동요가 어떤식으로 표출되느냐에 관심이 더 쏠리고있다. 당의 한관계자는 "1월전국위는 사실상 임시전당대회의 성격으로 진행될 것으로 안다"고 말해 부총재제 도입등 지도체제도 아울러 검토되고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현재의 김윤환대표-강삼재총장체제로 총선을 치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여기서 여권핵심의 다음수순이 무엇인가가 관심의 초점이다.야권은 개헌론제기가 김대통령의 자충수라고 여기고 공세를 강화하고있다.개헌론이 일단 해프닝으로 일단락된 이상 특별법정국을 대선자금과 연계해장외집회도 불사하면서 김대통령의 독주를 압박하고있다.

그러나 1일 민자당이 특별법안의 내용을 확정하기로 했지만 정치권에서의특별법제정작업이 예상외로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적지않다. 야권이 단일안을 만드는데도 적지않은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특별검사제를 고집할 경우 정기국회회기를 넘길수도 있다. 이럴 경우 특별법은 다시 개헌과국민투표로 이어져 정국은 가시거리에서 벗어나 혼미에 빠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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