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방학때 잠시 경비원으로 일한 적이 있었다. 늦깎이로 들어간 신학대학원 등록금을 보태기위해 아르바이트거리를 찾다 경비원을 택했다. 여유시간에 공부도 좀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어중간한 나이에 경비원이 그래도가장 쉬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우리가 보기에 경비원의 일이 얼마나 편하게 보이던가! 경비실에 떡 앉아드나드는 사람만 체크하면 될터이니까. 그러나 막상 근무해보니 영 딴판이었다. 오후5시30분부터 이튿날 오후5시30분까지 만24시간을 근무하고 하루를쉬는 식이었다.오전내내 정문에 서서 들어오는 차량마다 거수경례를 하고외부차량 체크하고 방문자를 통제한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아래 몇시간씩 서있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출입차량마다 거수경례를 하는 일도 왠지 쑥스럽고 초라한 느낌마저 들게했으며,야간에는 매시간 순찰을 돌아야했다. 잠잘 수 없는 고역이가장 컸다. 의자에 쪼그려 앉아 잠시 졸때도 있었지만 편히 눕지 못한 몸은온통 뼈들이 삐거덕거렸다.
하지만 마냥 힘든것만은 아니었다. 아픈 사람 대신 근무를 바꿔주는 동료들의 따뜻한 배려, 한밤중 밤참을 준비해주는 식당아줌마, 간부사원들의 미소, 근로자들의 상냥한 인사 한마디, 근무후의 시원한 한줄기 샤워, 하루동안의 고된 몸을 누일때의 달콤한 휴식…. 때로 산다는 것이 힘들긴하지만 이런 것들이 우리의 고됨을 씻어주고 삶의 양념이 돼 산다는 것의 아름다움을느끼게 한다.
(대구시 달서구 본동 613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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