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무신정권기 민초들의 삶 그려

입력 1995-08-10 00:00:00

장편소설 '객주' '활빈도'등으로 잘 알려진 경북 청송 출신의 소설가 김주영씨(56)가 집필 7년7개월만에 대하 장편소설 '화척(화척)'(문이당 펴냄. 전5권)을 완간해 화제다.민초들의 삶을 대하소설의 양식 속에 담아내는것을 장기로 하는 김씨는이번 소설에서도 의종.명종.신종등 3대 28년에 걸친 고려 무신정권기를 배경으로 급변하는 사회상과 정치적 혼란기 속에서 고통받는 천민들의 삶을 웅대한 스케일로 그려내 주목받고 있다.

고려 18대 임금인 의종 말년에 일어난 정중부의 난 이후 최충헌에 이르기까지 고려 사회는 피비린내나는 무인들간의 암투가 빚어진다. 최충헌 집안의노예인 만적과 자운선등 주변 인물들은 사회의 골간인 신분제도가 뿌리째 흔들린 무신 정권아래서 노예 해방을 부르짖는다.이들 천민 집단은 생존을위해 몸부림치는 가운데시대적 모순과 질곡.억압에 눈떠가게 된다. 제목인화척은 버들고리를 만들거나 수렵등으로 생활을 영위하던 유랑민을 일컫는말.

"당시 무인 천하가 된 고려 사회는 인간의 존엄성이 땅에 떨어지고 인간관계 역시 뿌리째 뽑혀 뒤흔들렸습니다. 죽음의 공포가 엄습하는 극한 상황 속에서의 삶과 죽음에 대한 역사적 해석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오늘의 우리는과연 무자비하고 참혹했던 당시의 죽음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의 문제도 제기된다고 봅니다"

무신의 반란은 성공했으나 결국 서로간의 불신으로 서로를 죽이기 시작하는 파멸의 과정을 걷게 된다. 난을 일으킨 중심 인물끼리의 피비린내나는 싸움과 인간관계,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의 문제는 군사정권등 최근의 상황과 연관해 볼 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문민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지만 인재 등용의 문제는 그제나 이제나 권력자가 가장 고심하는 부분입니다. 무신 집권기에는 대다수 문신들이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인데다 무신들은 한문도 잘 모르는등 정치적 암흑기였습니다."김씨는 이 소설의 주무대인 북한 땅 개성을 방문하기 위해 통일원으로부터방북허가까지 받아냈으나 북한측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 북한행이 무산되기도 했다. 지난 88년 1월부터 한국일보에 연재를 시작했으나 89년말 연재중단을 밝히는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 소설의 집필을 중단한 김씨는백두산 정상 천지에서 국내 유명음료를 마시는 내용의 모기업 TV 광고에 출연해 세간에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김씨는 엽연초 조합에 근무하던 71년 당시 '휴면기'로 문단에 나온 뒤 83년 '외촌장 기행'으로 한국소설문학상, 84년 장편대하소설 '객주'로 제 1회 유주현문학상을 수상했다. 〈신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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