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벽 허문 '우정의 밤' 일본 여학생 '애국가'불렀다

입력 1995-08-01 00:00:00

'동해이 무과 백두이 산이' '무궁화 사-암천리 화려가-앙산'31일 오후7시 대구원화여고 대강당에는 일본여학생들의 애국가 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광복 50주년, 한일수교 30주년을 맞은 올해 일본학생들이 양국의 국가(국가)대신 공식행사에서 처음으로 애국가를 불렀다. 지난 28일부터 자매학교인대구원화여고를 방문한 일본 도쿄시 아이고꾸코쿠(애국학원)방문단 46명이31일 오후 7시 원화여고대강당에서 열린 '우정의 밤'행사에서 기모노차림으로 애국가와 아리랑을 부른 것.

행사중 다소 서먹한 분위기가 계속됐고 애국가를 부르려는 순간에는 장내가 일순간 긴장감까지 돌았으나 일본학생들이 비교적 정확한 발음으로 진지한 표정으로 노래를 끝내자 우레같은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이들은 스스로 한국에대한 우정과 경의를 표하기위해 애국가를 부르겠다는 제의를 해왔다.

학교이름이 말해주듯 보수우익성향의 이학교 학생들이 애국가를 부르는데는 상당한 내부진통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주희교감(56)은 "항일지사인 서상일선생이 애국애족을 건학이념으로 세운 원화학교에서 일본학생들이 애국가를 부른 것은 의미가 크다"며 "배일교육이 판치던 해방이듬해 국민학교에 입학한 내가 이제는 세계화 추세에 맞춰일본어를 독학하는 세태가 돼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이날고전무용 한국예법등 우리고유문화소개 행사도 가져 일본학생들이신기하고 아름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복과 기모노차림의 학생들이 아리랑을 함께 부르며 2시간여동안의 행사가 끝나자 사진과 연락처를 주고받으며우정을 계속 가꿔나가자고 약속했다.

나오미양(적본직미 ·16)은 "부모님한테서 듣던 한국인 한국가정이 너무다르다"며 "이번 행사가 서로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한일 젊은이들이 가슴을트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이찌마야양(소시마야·17)도 "일본보다 도로가 넓고 학교도 크다"며 "시민들도 스케일이 크고 친절한 것 같다"고친근감을 나타냈다.

두학교는 지난 82년 처음 교환방문을 한 이래 올해 14회째를 맞고 있으며일본에서만 지금까지 7백50여명의 학생이 다녀갔다.

이날 양국학생들은 광복 50주년이 됐는데도 상대방에 대해 거부감만 깊어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모두 가슴을 열고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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