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지대... 마지막 선택(62)

입력 1995-06-24 08:00:00

난주사막연구소가 튼튼한 이론을 바탕으로 사막환경을 연구하고 다루는 점이특징이라면 사파두사막연구소는 현장속에서 사막환경의 변화와 이에 대처하는방법을 터득하고 곧장 응용한다는 점에서 세계적이다.몸속으로 달라붙는 텅커리사막의 모래들을 털면서 들어선 사파두사막연구소는 우선 매우 시원한 인상을 주었다. 30년 이상된 울창한 나무들과 온갖 꽃들이 막 피어올라 오아시스 특유의 경쾌하고 안락한 장소임을 피부로 느낄수 있었다. 연구소 앞은 도도한 누른빛의 물이 궁궁거리며 흐른다. 황하다. 연구소는 텅커리사막과 황하의 사이에 꽉 끼인듯 자리하고 있지만 그러나 자연환경을연구하기에는 천혜의 장소다. 천하의 황하와 장중한 사막이 나란히 달리는 그사이에 위치한것 부터가 예사롭지가 않다. 갑자기 황하의 누른 물소리가 유난스럽다.

'대막고연직 장하낙일원'(큰 사막 모래먼지 외로움 여전하고 긴 강에 지는해 더욱 둥글다). 당나라 시인 왕유는 황하를 이렇게 노래했다. 지금 취재진도비슷한 감흥에 처해있다. 황량한환경을 아름답게 노래한 목적은 거친 환경을막다루려는 인간의 손길에 대한 경종같다.

보기와는 달리 연구소의 위력은 대단했다. 모래 한 알이나 나무 또는 풀 한포기마저 전부가 의미가 있었다. 그냥 심은 나무 한 그루 없고 무심코 뿌린 꽃씨 하나 없다. 모두가 사막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그 환경을 어떻게 이겨내는가를 관측하는 자료들이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이고 조성한 연구소인 셈이다.연간 평균강수량 2백㎜. 증발량은 그 열다섯배에 해당되는 3천㎜ 안팎. 이런악조건에서도 연구소는 푸른 기운이 넘친다. 황하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곳곳에 긴 수로가 지나가고 있다. 황하물을 끌어다 연구소는 샐비어에 꽃을 피우고농원에는 유실수를 키운다. 한가지 눈길을 끄는것은 이런곳에까지 일본의 자본이 대량으로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농원중 가장 인기있는 것은 포도농원.'중일합작포도원'으로 이름 붙여진 이 농원은 일본이 자본 전액을 대고 연구소측이 기술을 제공해 당도높은 포도를 상당량 수확하고 있다. 앞으로 사막을 개발,포도의 대량생산을 노리고 외국자본이 투입되고 있다는게 연구원 진하생씨의 말이다.

그는 "한국도 이런것에 관심을 나타내야 한다. 만약 원한다면 양국이 깊이논의할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며 매우 적극적이다. 특히 이곳서 생산된 포도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하며 당도가 포도의 고장이라는 투루판포도 보다 월등하고 포도알도 매우 튼튼하

다. 이밖에 사과, 배등도 척박한 사막환경에 잘 자라기만 하면 품질은 매우우수하다는게 진씨의 설명이다. 장기적으로 볼때 수익성도 있고 무엇보다 사막을 활용한다는데 큰 의의가 있으며 기술 또한 엄청나게 축적되어 있다고 덧붙인다.

연구소가 이곳에 정착하기는 지난 1956년. 지금의 막강한 사막연구소로 성장하기까지는 모래바람과 황하의 홍수와 숨박꼭질하듯 투쟁해야만 했다.그 투쟁의 역사가 오늘날 사막속의 오아시스를 만들었다. 연구소가 들어서기 전에는 이곳이 전부 사막이었다. 그렇지만 아쉬운것은 황하의 물을 이용하기위해 연구소 앞에다 거대한 댐을 계획이다. 여기에다 계속 남하하는 텅커리사막을 더욱 효과적으로 막는 방법이 아직은 구체적으로 개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식물분류학이 전문이라는 유가경기사(38)의 안내로 식물원에 갔을때 우선 사막은 정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래밭에 강한 식물들, 예를들면 '묘두자''화봉' '사목삼' '사동청'등이 제각각 특징을 뽐내며 사막으로 나갈 채비를 차리고 있었다. 유기사는 "이 식물들 중에서 화빵(화봉)의 덕을 많이 보고 있지요. 분홍빛작은 꽃이 피는 화빵은 20여개의 가지가 뿌리에서 부터 갈라져 이 가지가 모래의 유동을 방지해 줍니다. 토목공사용 식물인 셈이지요"이 밖에도 내몽고 아라샨사막에서 자생하는 식물에서부터 세계의 여러지방에서 수집한 방사용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또 한 켠에는퇴사단이라는 방사책(모래막는 울타리)과 밀짚을 이용한 정방형의 모래방지 모델이 있었다. 밀짚을 이용한 정방형 모델은 밀짚을 1m가량 정방형의 단위로 세워 심는방법. 밀짚은 지상으로 20cm 나오게 하고 땅 속에는15cm가량 묻어 모래를 재고정 시키는 방법이다. 이것도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있는데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목격한것도 바로 이곳 연구소에서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밀짚은 무엇보다 모래속의 물을 지켜주기 때문에 식목할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중요한 기초다.일년에 두 차례 갖는 텅커리사막 탐사도 빼놓을수 없는 중요한 행사다. 이때는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막학자들이 온다.여기서는 사막의 생태계 연구도 중요하지만 마치 자석처럼 사막끼리 붙으려는 현상을 연구하는게 주요 목적이라는것. 따라서 사막의 확장이 어떻게 이루어지며 이를 막기위한 방법연구가 활발히 진행된다고 한다.외국인을 위한 정갈한 빈관에 들었을때 취재진들은 또 한번 놀랐다.탁자위에 놓인 탐스런 몇송이의 포도가 과연 사막을 개간해 이룬 토양에서나온 과일인가 하고 의심할 정도였다. 포도를 먹는 이곳은 비록 주위가 온통사막이지만 그 맛은 천국이었다.

이는 얼마든지 파괴된 자연도 인간의 힘으로 그 환경을 극복하면 잘 살수 있는 토양으로 변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이 연구소는 고스란히 보여주는듯 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