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라는 제도는 기회균등의 원칙과 과반수의 원칙을 전제로 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첫째는 생명의 고귀함과 존엄성에 입각해서 인간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능력을 균등한 기회의 제공을 통해 최대한 개발해야 한다는 명분적 명제이고, 둘째는 반 이상의 사람들이 반 이상의 경우에 반 이상 올바른판단을 할 것이라는 실리적인 명제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민주주의가전제로 하는 2개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민주주의 위조 양상이 계속일어나고 있습니다.*안지켜지는 2대 전제
첫번째 위조 양상은 교육기회균등이 편협한 목적달성으로 전락한데서 나타납니다. 기회균등의 원칙이 우리 교육에 적용되어 국민들에게 더 훌륭한 교육의 기회가 부여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초등 및 중등교육의 목적이 전인적인 능력 개발이 아니고 대학입시수단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이러한 변질교육으로 개인적인 가치관 교육과 공익적인 도덕교육이 불가능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선과 악의 분별력이 없는 청소년들을 양산하게 되었습니다. 선악의차이가 없을 경우 모든 가치 판단은 지극히 상대적으로 될 것이며 이에 해당하는 행동의 기준은 '내가 원하는 것'이 됩니다. 인간의 보편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개별적인 쾌락의 추구가 생의 목적이 되어버립니다. 극단적인 예가 되겠지만 쾌락과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각종 마약 복용은물론이고 유흥비 내지 재산 마련을 위해 근친 살해라는 패륜행위도 가능하게됩니다.
두번째 위조 양상은 기회균등의 원칙을 성취균등의 목적과 동일시하는데서나타납니다. 기회가 곧 성취라는 항등식이 대학입학의 기회자체가 곧 고등교육의 성취라고 착각하고 공부와는 거리가 먼 눈앞의 현실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마음 상태에서 나타나거나 또는 교수로서의 채용기회 자체가 정년퇴임의보장으로 연결되어야만 교권이 옹호된다는 여론적 분위기에서 나타납니다.그러나 그 결과는 특혜적 기회균등을 최소공분모적 성취로 대치시키는 것입니다. 민주적 사회정의와 인권을 빙자하여 모든 성취도를최소공분모로 하락시킬 때 나타나는 현상은 1인 독재하에서 개인의 지적, 영적 발전과 노력이질식되고 모든 국민능력이 최대 하향 평준화된 절대 평등주의가 될수 있을지는 몰라도 개인의 수월성 추구를 적극 권장하고 인정해야 발전할 수 있는 참된 민주주의는 안될 것입니다. 기회균등과 성취균등의 등식은 독재자 1인의결정과 업적이외 다른 것이 존재할 수 없었던 시대의 유산이기도 합니다.세번째 위조양상은 과반수의 원칙이 생산한 다수의 이기주의와 소수의 실력저지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민주주의 자체가 다수를 위한 정치제도이니 과반수가 어떤 결정을 하든 합법적인 절차가 될 수는 있겠으나 불의의 성격을떨쳐 버릴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다수의 상호보완적인 기득권의 유지와 새로운 이권의 관철을 위해 적법한 민주절차의 형태를 거치는 행위는 토마스 제퍼슨 같은 미국 민주주의의 창설자가 경고한 '다수의 독재'입니다.적법하나 부당한 다수의 행위에는 항상 불법적이나 정당하다고 믿는 소수의실력행사가 동반하기 마련입니다. 적법한 다수의 독재이건 불법적인 소수의횡포이건 모두다 민주주의의 위조입니다.네번째 위조양상은 과반수의 원칙이생산하는 선거주의의 허구화입니다. 물론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치 단체장,시장이나 도지사, 기초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 모두 당해지역 주민들이직선을 통해 선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안에 존재하는 모든 분야의 대표자 모두가 절대적으로 1인1표의 투표를 통해 선출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민주주의의 위조입니다. 특정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특정 사회집단에서는 투표를 통한 선거나 결정만이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노도와 암초의 항로를 거치면서 선원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선박의 항해목적을 달성시켜야 하는 선장을 선원들이 직선으로 선출할 수 없을 것이고 항해목적이나 선원들의 자격및 임무를 선원 스스로 투표를 통해서 결정하거나 변경시킬수는 없을 것입니다.
대학 역시 비정치적인 특수사회집단입니다. 사립대학인 경우 대학의 설립목적을 최선의 방법으로 달성시켜 나갈 수 있는 사람을 총장으로 임명해야 하는 책임과 권한이 대학의 법인체에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고 도의적으로 부여되어 있지만 때로는 총장 역시 교수들의 직선에 의해 '민주적'으로 선출되기도 합니다. 필자 역시 전국 최초의 직선 총장으로서의 명예(?)와 상처를 깊이 느끼고 있지만 교수에 의한 총장직선제도는 단과대학장 직선, 학과장 직선, 연구소장 직선 등과 같이 민주화와 자율이라는 명분아래 선거주의의 허구가 만들어 놓은 민주주의의 위조입니다.
*총장직선도 '위조'
이러한 위조현상들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민주주의 이전에 시민사회에 있어서 최소한의 양식(양식)을 필요로 합니다. 다시 말하면 인륜적 도덕성과 이성적 합리성에 근거하여 판단할 수 있는 성년의 인간의식을 필요로합니다. 이때 기회균등의 오류나 선거주의의 허상, 심지어는 다수의 독재까지도 자정(자정)될수 있을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할때 비로소 참 민주주의실현이 가능할 것입니다. 신일희〈계명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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