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경수로 협상 조기종결 의미〉

입력 1995-03-28 00:00:00

27일 막을 내린 북미 베를린 경수로 전문가 회담이 당초 예상대로 평행선을그었다.지난해 10월21일 체결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이 경수로 공급 계약시한인내달 21일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경수로 노형(노형)을 둘러싼 양측의 강경자세로 폐기 운명에 처했다.

당초 제네바 합의서는 국제적 핵질서 정착과 함께 한반도 평화 구도및 남북경협등에 대한 폭넓은 긍정적 요소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현재까지 쌍방 경수로 노형 선택 갈등으로 인해 한발자국도 진일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북한측은 '한국형'에 관한 미국측 요구를 아예 제네바 합의를 깨는 망언으로 규정, 노골적으로 '미국형' 제공을 강도높게 주장하고 있다. 한국 또한 지난번 제네바 합의서 도출과정에서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미국측의일방적 회담진행 절차에 끌려다녔던 국내여론 비판이 최근들어 비등해지면서'더이상 양보할 수 없는' 비장한 각오로 미측에게 한국형 관철을 고수하도록촉구하고 있다.

남북한 쌍방의 단호한 입장에 둘러싸인 미국은 그 해법을 놓고 제네바 합의직전에 고심해야 했던 복잡다단한 내외적 곤경에 다시 휩싸이고 있는 처지가됐다.

따라서 '파국'을 염두에 두고서라도 결연하게 대처, 미 국익에 도움이 될 수있도록 협상대표단에게 무언의 압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번 협상이래 당사자 한국을 비롯한 미국·북한의 움직임 모두 국내외적 상황에 직면,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는 '단호함'을 근간으로 하는 '강수추진'이 특징이다.제네바 합의 직전 북한·미 협상대표들이 취했던 '최후통첩 시한설정 카드'마저 이번 베를린 3차 전문가회담에서 다시 선보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제네바 합의서에서 양측의 아전인수식 해석이 가능케 했던 조항인 경수로 제공에 관한 문건에서 북측은 한국형 명시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자신들의 당초 의도는 미국형이라는 저의를 노골적으로 수면위로 내세우고 있다.반면 게리세이모어 미 국무성 핵비확산국부과장은 당시 모든 정황에 비춰볼때 한국형 명시는 생략됐지만 북측의 협상태도와 수용자세에서 '노형=한국형'또는 '경수로 건설=한국주도'란 구도로 북측이 사실상 양해했던 기초위에서기본합의가 이뤄졌다고 해석,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북측의 태도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북한측 대표인 김정우 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은 제네바합의 당시 온건색채의 북측 수석 대표인 강석주 외교부부장에 비해 제2차 전문가 회담에서부터 훨씬 강도높게 '한국형 경수로는 사실상 사생아'란극단적 망언을 서슴지 않았던 강경노선지향대표다.

당시 미국협상팀은 강외교부 부부장이 천명했던 '노형선택은 미국이 임의적으로 할수있다'란 뉘앙스에 집착, 이 발언은 사실상 '한국형도 북측이 거부하지 않는다'란 확대해석까지 미쳐 결국 기본합의서에 '한국형 삽입'이 빠졌지만 북측의 당시 분위기에서 양해하고 있다는 일방유추해석으로 발전, 현재의 갈등을 재연시켜온 '뇌관'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미국내 복합적 상황에 얽혀 '미국형'을 주장하는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수없음을 뻔히 인식하면서도 구태여 이 요구를 거듭하고 있는 북한의 계산은경수로건설시한 향후10년을 염두에 두고 더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카드로 활용하기 위함임은 쉽게 짐작이 간다고 할수있다.

현실적인 재정적·기술적·정치적 공급주체의 실질적의지와 힘을 가진 한국형공급에 대해 그들은 내부적 체제동요를 막고 김정일통치 안정화에 따른 이해득실상 '이를 받아들일수 없다'란 잠정결론을 내리고 이번회담에 임하고있다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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