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문화의 역외 유출

입력 1995-02-15 00:00:00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게 하나 있습니다. 인구 5백여만의웅도 영남의 중심지인 대구에 지역 작가를 끌어안을 만한 출판사가 하나도없다는 게 그것입니다. 한번 더 말하겠습니다. 하나도 없습니다. 출판에 있어서만은 철저히 서울에 종속되어 있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어려운 여건속에서 출판사를 경영하시는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씀입니다만,저는 아직 출판사 측에서 지역 작가의 원고를 사거나 계약하기 위해 애쓰고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전국 시장을 겨냥한 어떠한 기획도 없었습니다. 그럴 의지도 자본도 허약한 터라 애초에 그것이 불가능한 것이지요.제가 아는 한 출판사 사장님은 쉰이 넘은 나이에 아직 전세를 살면서 주로우리지역 작가들의 원고를 책으로 엮고 있습니다. 주로 자비 출판의 형식이며, 때로는 상당 부분을 출판사가 부담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눈물겨운출혈 제작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법은 구조적으로 그 유통에 한계를 안을수밖에 없습니다. 책은 서점(시장)에 깔리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팔리지 않는 것입니다.

거기서 비롯되는 빈곤의 악순환! 그 결과 지명도가 높은 작가는 다른 지역(서울)로 옮겨 갑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지역의 시인, 소설가, 각 분야의지식인들이 집필한 양질의 원고마저 서울의 세련된 제작 과정과 유통 전략을거쳐 엄청난 부가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지역이 공유해야 할지적 소유권을 고스란히 빼앗기고 있는 것이지요. 이 심각한 문화의 역외 유출에 대해서, 그 안타까움에 대해서, 그 어리석음에 대해서 또 쓰겠습니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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