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37)

입력 1995-02-15 00:00:00

"시우야, 너 경찰서 갔담서? 언제 나왔니"미미가 묻는다. 미미는 검정 운동모를 쓰고있다. 곱슬한 긴 머리채를 등에다드리우고 있다. 눈화장을 자주색으로 했다. 입술엔 오렌지색 루즈를 발랐다.밀크색 반코트에 다갈색 긴 목도리를 걸치고 있다. 미미는 예쁘고 키가 크다. 미미를 보자, 노경주는 오리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리는 날지 못한다."그동안 고생 했지? 들어와, 내 커피 한 잔 타줄께"

미미가 셔터 문을 연다. 나는 커피를 마시고 싶지는 않다. 미미를 뒤따라 꽃집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많은 꽃 속에서 꽃향기를 맡고 싶다. 나는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있다. 식물의 향기가 흠씬 코로 들어온다. 나는 깊은 숨으로 그 향기를 맡는다. 꽃들이 만발해 있다. 장미·튤립·국화·안개꽃들이먼저 눈에 띈다. 손님들이 많이 찾는 꽃이다. 향기가 강렬한 재스미늄·야래향(야래향)도 있다. 화분째 심어진 동양란·양란·고무나무·드라세나·칼라듐·콜리우스·관음죽도 있다. 토종인 나리꽃이 뒤켠에 숨어 있다. 그 옆에는 보라색 도라지꽃이 있다. 산부추와 갈키낭종화도 있다. 나는 풀 이름과나무 이름을 많이 안다. 아버지한테 배웠다. 아버지가 살았을 적, 나는 아버지와 늘 산속을 함께 다녔다. 아버지는 그 이름들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우리나라 풀이름은 참으로 이상했다. -풀이름에는 산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나타나 있지. 풀이름은 산골사람들이 생활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모양새에서 따왔거든. 용둥굴레·구슬붕어·큰개별꽃·애기똥풀·피나물·좀개갓냉이·콩제비꽃·삿갓사초·며느리밥풀·산괴불주머니·바위떡풀·쑥부쟁이·메발통꽃…얼마나 그 이름들이 재미있니. 아버지가 산속에서 말했다. 눈에 띄는 대로 풀이름과 꽃이름들을 내게 말해주었다. -이게 콩제비꽃, 이게산괴불주머니. 시우야, 봐. 정말 꽃모양이 주머니처럼 생기지 않았니?나는 이꽃 저꽃의 향기를 맡는다. 흠, 흠하며 콧숨을 빨아들인다. 기분이 상쾌하다. 아버지말처럼, 정말 꽃마다 향기가 다르다. 향기가 다르기 때문에벌과 나비가 꽃을 구별한다고 아버지가 말했다. 사람도 냄새가 다를 것이다.나는 나의 냄새가 있다. 윤미미는 미미의 냄새, 노경주는 경주의 냄새가 있다. 인희엄마와 인희의 냄새도 다르다. 인희는 아직 젖내가 난다. 남은 몰라도, 나는 사람마다 다른 냄새들을 구별할 수 있다. 사람은 탄산가스를 내뿜는다고 아버지가 말했다. 사람이 내뿜는 탄산가스도 각자 냄새가 다르다. 사람은 탄산가스를 내뿜고 산소를 마신다. 인간은 산소를 마시지 않으면 곧 죽는다고 아버지가 말했다. 산소는 그만큼 좋은 공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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