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 민자 향후 과제는

입력 1995-02-07 00:00:00

민자당이 7일 전당대회를 열었다. 3당합당으로 출범한지 5년만에 민자당은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제2의 창당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민자당은 3당합당이후 5년간이나 화학적 결합을 못 이루고 있는 계파간 불신해소와 무기력, 무소신, 무능의 상징으로 돼버린 집권당의 정책능력 제고, 당장 눈앞에닥친 지방선거 승리, 그리고 당의 자율성 제고라는 네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사로잡아야 하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안게 됐다.사실 민자당이 3당합당의 깃발을 내리고 새출발을 선언한 과정에서도 입증됐듯이 계파불식은 아직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종필전대표의 퇴진으로 사라진 공화계를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다수파인 민정계와 집권실세인민주계간의 알력과 불협화는 전혀 변한게 없다. 오히려 문제의 정도를 더욱심화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도 있다.

새로운 당대표 선정과 당직인선을 놓고도 민정.민주계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알력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계파문제가 영원히 민자당이 안고 가야할태생적인 한계임을 입증한 셈이다.

또 정책정당화의 과제도 결코 간단하지만은 않은 숙제다. 민자당이 변화하는시대적인 여건을 들어 야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내건 구호가 정책정당이었으나 지금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화라는국가적인 과제를 성취하기 위해서도 정책정당화는 필수불가결한 과제인 것은분명하다. 민자당이 여의도연구소를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킨 것도 이때문이다.

이같은 작업에도 불구하고 당의 정책을 정부에서 실현시킬 만한 '힘'을가져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신정부출범이후 당이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부산했던 모습은 당의 정책입안 능력이 부족한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당에 '힘'이 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지방선거의 승리라는 눈앞의 현실문제에 있어서 민자당이 처한 현실은 과거 유례를 찾을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있다. 김종필전대표의 신당창당으로여권이 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수 있는 지역이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다.취약지역의 수만 늘어났다. 호남은 기대할바가 없고 대구.경북에 이어 대전.충남도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됐다.

지역정서를 압도할수 있는 대안이 현재 민자당으로서는 갖고 있지 못하다는현실에다 계파 '안배'라는 관례의 틀을 어떻게 깨뜨릴수 있느냐의 문제는민자당이 선거 전에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

이런 과제들을 민자당이 해결한다고 해서 경쟁력있고 자생력있는 정당으로새출발할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여전히 당의 자율성은확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의 세계화나 전당대회의 조기개최, 당명개칭과 이의 백지화등 최근 민자당의 주요현안들은 어느것하나 당에서 방향이 결정된 것이 없다. 모든 것은 청와대의 주문대로 됐다. 타율적인 환골탈태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자율성이 부여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서로 반목하고 따로 움직이는상태로 타율적인 변화만을 시도할때의 구조적 취약성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새출발을 선언한 민자당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는 지적은 민자당 새지도부가 귀담아 들어야할 부분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