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신조-경상도 말 '평가절하'유감

입력 1995-01-18 08:00:00

근래 들어 TV의 각종 프로그램에 경상도 방언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드라마, 코미디, 연예 그리고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이상우, 강호동, 유퉁, 최동원 등 순경상도 사나이들이 출연하여 경상도말의 구수함을 선보였기때문인지 예전에 비해 그 등장 횟수가 부쩍 늘었다.그런데 때때로 이들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불쾌해질 때가 많다. 경상도 말에대한 왜곡된 시각과 수도권의 차별화된 우월성이 영남권에 대한 비하로 비쳐지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대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은 극의조연에 지나지 않는다. 순 경상도 출신의 스타 몇몇을 제외하고는 비서, 철부지 아낙, 무식한 일꾼등으로 등장할 뿐이다. 변두리도 변두리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는 그저 웃음 을 주기 위해 쓰여지기도 하는데 방언 그 자체만으로도 웃긴다는 논리다.

그래서인지 웃음 을 만들기 위해 경상도 억양을 일부러 짜내려는 듯한 경향을 보이기도 하는데 듣기에 따라서는 얼마나 역겨운지 모른다. 특히 경상도말을 거의 접해보지 못한 비영남권 출신 탤런트들이 만들어 내는 경상도방언은 어색하기도 할뿐더러 영남사람들의 정서를 제대로 담지 못하는 경향이 많다.

최근의 MBCTV 아들의 여자 에서 사미자씨나 SBS코미디에서 경상도 시어머니로 나오는 이성미씨의 경우를 들어보더라도 그렇다. 하나같이 철없고 우스꽝스러우며 간사스럽다. 중년여성, 혹은 할머니같은 중후함이랄까 노숙미는 아예 없다. 더군다나 잘 들어보면 이들의 경상도 방언은 전라도쪽 방언과도 섞인 듯하다.

경상도 방언은 우리말의 근간이 되어온 최초의 민족 표준어였다. 통일신라가 막을 내리면서 고려왕조의 개성을 중심으로 중부지방의 방언(?)들이 표준어가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그 모태는 경상도말에 있고 국어 형성에 막대한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한 우리 언어의 모태가 그저 우스꽝스럽고 지성적이지 못한 사람들이나쓰는 촌스러운 말로 평가절하되는 것은 분명 유감스러운 일이며 그렇게 교육받아 온 것 역시 안타까운 일이다.

제대로 된 지방화 시대를 열기 위해서라면 지금부터라도 막연한 서울 쳐다보기 식의 국가 발전은 지양해야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대중매체를 통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발산되는 서울공화국 정서를 경계하고 막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박명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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