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조종사 송환 배경

입력 1994-12-30 12:53:00

북한에 억류중인 보비 홀준위가 헬기격추사건이후 만 13일만인 30일 판문점을 통해 송환됨으로써 송환문제를 놓고 감정적인 대결양상으로까지 치닫는듯했던 북.미관계는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북한영공을 침범한 홀준위는 범죄자이며 군법회의 회부감}이라고 큰 소리를쳤던 북한측이 미국무부의 허바드 부차관보의 평양방문을 계기로 송환문제를 해결한것은 나름대로 철저한 이해득실을 계산한데서부터 출발한 것 같다.북한측은 홀준위의 송환을 내년까지 넘길 경우 오랫동안 공들여온 북.미 관계개선이라는 목표가 물건너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 분명하다.실상 미국측은 헬기격추사건이후 북한이 하일먼준위의 유해를 곧 송환했던만큼 성탄절전까지는 홀준위의 송환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었다.그러나 북한측이 대미비난을 강화하면서 홀준위의 송환문제를 질질 끌자 미국내 여론은 대북한 강경론이 점차 고조되는 쪽으로 치달았다.만약 북한이 년나에 송환문제를 해결하지않고 내년으로 넘길경우 내년 1월4일 개원될 제 104대 미의회가 북한에 대한 초강경분위기로 변할 것이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만한 상황이었다.

또한 북한은 홀준위의 송환문제를 처리하면서 자국민의 송환문제가 시급한미국측의 곤란한 입장을 최대한 이용, 나름대로의 정치적 목적이나 선전효과를 거둔 측면이 있다.

북한측은 미정부대표인 허바드부차관보를 평양에 불러들일때부터 {최대한모양새를 갖추면서 송환문제를 풀어나갈 명분}을 모색했다고 볼수 있으며 그러한 측면에서 허바드부차관보와 북한의 송호경 외교부 부부장이 마련한 이른바 서면 양해각서는 북한의 체면이나 입장을 상당히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우선 미국측은 이 양해각서에서 영공침범에 대한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이미 게리 럭 주한미군사령관이 {항로이탈에 따른 북한영공침범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시하는 서한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측은 문서상으로 사과에 준하는 미국측의 유감표명을 다시 받아낸 것이다.

또한 미국측은 {앞으로 이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위한 적절한 형태의 접촉을 갖기로} 약속했다.

과연 이같은 접촉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적어도 북한측은 미국과의 직접 거래를 통해 평화협정체결문제를 논의할수 있는 기회를 포착한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전후 상황을 살펴볼때 송환문제를 둘러싸고 북한내부의 강온파들의마찰이 있었다는 일부 분석이 있었으나 그보다는 치밀한 계산아래 정치적 목적을 추구한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송환문제의 해결에는 대미화해에 소극적인 북한군부보다 북.미관계개선을 추구해온 북한외교부가 큰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측이 치밀한 계산아래 정치적 목표를 달성했을지는 몰라도 미여론을 끌어들이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이며 이번 사건은 장기적인 측면에서북.미관계개선에 역효과를 낼 소지가 있다.

클린턴행정부는 송환문제와 북.미 기본합의문의 이행과는 별개라고 강조해왔으나 많은 미의원들, 특히 공화당의원들은 내년초 의회가 열리면 북핵청문회등을 통해 북.미 기본합의문의 문제점을 더욱 강도높게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화당지도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진것 같다.

미의회가 북.미기본합의문의 이행에 제동을 걸 가능성과 함께 북한이 평화협정체결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가능성, 아직도 유동적인 북한의 지도체제등여러변수들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미.북한관계나 한반도상황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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