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고문단회의

입력 1994-12-21 00:00:00

민자당내에 {유일}하게 언로가 개방된 곳은 고문단회의다. 한 당직자의 하소연처럼 "언론통제가 안되니까 발언수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지도체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한 주일동안 시끄러웠던 시점이라는 점에서 당원로들의 모임인 고문단의 견해가 주목을 받았다. 그 고문단회의가 20일 열렸다.1시간 이상 지속된 이날 회의에서는 당의 장래와 내년도 지방선거에 대한 우려가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왔다.고문들의 한결같은 지적은 불식되지 않는 당내 계파문제였다. 또 지도체제논란과 관련해 당내 위계질서의 확립필요성도 제기됐다. 논란의 원인제공자인최형우내무장관의 이름까지 거론됐다. 최장관의 성토장을 연상시켰다.이날 회의에서는 김종비대표와 같은 공화계출신의 이병희, 최재구고문만이아니라 이만섭전국회의장과 권익현, 민관식고문과 민주계의 박용만고문까지거들고 나섰다. 계파를 불문한 당원로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최고문은 "우리당은 민심으로 부터 멀어져 있다"며 "어느 개인이 당내분파를조성한다면 국민이 우리를 어떻게 보겠는가"라고 최장관을 겨냥했고 이고문은 최장관이 민자당 경선당시 청구동을 찾아 김종비대표의 협조를 구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다른 사람이 지도체제개편을 운운하면 몰라도 최장관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민주계출신의 박고문도 최장관을 몰아세웠다. 그는 "대통령책임제하에서 총재도 경선을 안하는데 부총재를 어떻게 경선하느냐"며 "당을 위해 평지풍파를일으키는 행동은 절대 용납돼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한두번도 아니고 장관이란 사람이 평지풍파를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민고문도 당내계파싸움을 빗대 "우리당내 형편은 마치 4.19직후 민주당의 신구파싸움이 연상된다"며 구성원 모두의 자중을 촉구했다. 계파문제가 화제로떠오르자 이전의장이 나섰다. 그는 "김영삼대통령 취임후 눈만 뜨면 당내계파싸움이다. 우리당이 살려면 계파싸움의 모습만 보여서는 안되며 계속 계파싸움을 한다면 우리모두 공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전의장은 지도자들의책임도 이야기했다. "계파가 존재는 하겠지만 이를 융화해서 단합하게 만드는 책임은 지도자들에게 있고 리더십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권고문도 거들었다. 그는 "당력이 축적되기는 커녕 연초보다 휠씬 약해진 인상"이라며 "요즘 각지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역대 여당이 선거에서 패배할때의 전조현상"이라고 지방선거와 총선의 패배를 우려했다.

김대표에 대한 주문도 있었다. 민고문은 "장관이 정말 자중해야한다"며 "대표도 입만 다물고 있지 말고 얘기할 것은 따끔하게 충고하라"고 했다.이에 대한 김대표의 반응은 별로 달라진게 없었다. 그는 "특정인이 말을 한다고 해서 내가 일일이 대응을 하면 당에 분란만 일어난다"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싸움을 하라는 얘기냐"고 자신의 태도가 옳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당의 구성원 각자가 자기 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말은 했다.회의장을 빠져나오는 김대표의 표정은 전에 없이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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