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완화후 북태도 관심집중

입력 1994-11-09 12:00:00

핵문제로 얼어붙었던 남북경협이 우리측의 완화 조치로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향후 북한측 반응에 관심이 쏠린다.북한은 7일의 김영삼대통령의 남북경협 단계적 활성화 방침 천명에 이어 이홍구통일원 장관의 정부 공식입장 발표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내심 환영의 뜻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핵문제로 인해 벌어졌던 남북관계를 다시 핵문제 이전의 상태로 돌려 놓을수있는 명분을 갖게 됐고 기왕에 추진해 왔던 남북간 경협을 활성화함으로써실리를 얻을 수도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에너지난, 식량난, 외채난으로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극심한 식량부족을겪고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생산시설 가동률이 저하되고 지난 85년이후외채를 거의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개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북한은 핵문제로 인해 남북한 관계가 극도로 악화됐을 때에도 남북경협의 끈만은 놓치지 않으려 했다. 남북 고위급회담 분야별 회의에서도 경제교류협력공동위 만큼은 적극적으로 호응했던 부분이다.

북한은 남북한 경제교류가 핵문제라는 암초를 만나 난관에 봉착한 기간 중에도 위탁가공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경제교류를 지속시키면서 핵과 경협의 연계조치에 대해서는 [민족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로 비난했었다.북한은 또 지난 91년 12월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를 설치하면서 {공화국영역 밖의 동포}, 즉 남한 기업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데 이어 92년7월 김달현 부총리를 보내 남한 경제현황을 파악케 하고 평양인접도시 남포에 순전히 대우그룹과의 합작사업만을 위해 새로 공단을 조성하기도 했었다.

북한은 이렇듯 남북경협에 적극적 태도로 접근했지만 당국을 배제한 채 기업인과의 직접 접촉, 즉 비공식 접촉이라는 선을 넘지 않았다.북한이 비공식 경협을 고집한 것은 근본적으로 남측 당국에 대한 불신에서비롯된 것이다. 여기에다 대북 교류에서 남한측이 고수하고 있는 {창구 단일화 원칙}을 깨면서 동시에 경협이라는 실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과 남한과의경협 사실이 알려짐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대내적인 부정적 파장을 미연에차단하려는 의도가 복합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이 고려민족산업발전협의회(회장 이성록) 창구를 통해 현대.삼성등에 초청장을 전달한 것도 이러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핵문제로 인해 최근 수년간 남북간 반목과 불화가 심화됐고 가까운 시일 내에 해소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이 비공식 차원의 경협활성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경협활성화 조치를 김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민족이익 우선}으로 회귀한 것인지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로 예의주시, 긍정적 평가를 내릴 경우 화답을 보내 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남한측이 먼저 대북 유화 조치를 취한 이상 김정일체제의 안정을 도모하고있는 북한으로서도 불편한 남북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고 이번 조치로 명분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남한기업들의 북한 러시로 다른 서방 기업의 투자 의욕이 자극되는 부수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같은 동족도 투자를 꺼려한다]는 이유를들어 북한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외국기업들을 긍정적 방향으로 부추길수도있다는 것이다.

투자보장협정 등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지금 실정에서 남한 기업이 {투자다운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북한측도 잘알고 있기 때문에 우선은 이같은 {무시할 수 없는} 부수적 성과에 일단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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