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이 우리시 망친다움

입력 1994-11-07 08:00:00

비평의 정실풍토가 우리시의 발전을 둔화시킬 뿐 아니라 심지어는 발전의 암이되고 있으며, 배타적 파벌주의에 빠진 문예지의 편집권을 가지고 있는 평론가들도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가 하면, 베스트 셀러 시집도 조작되고 있다는개탄의 목소리가 높다."광복 50주년을 맞는 우리시의 당면과제"를 주제로한 한국시인협회(회장 이형기) 세미나가 5, 6일 이틀간 부산 코모도호텔에서 열려 우리시단이 안고 있는 당면문제들을 다각적으로 짚어보는 자리가 됐다.

시인 정진규씨("현대시학" 주간)는 정신과 육체를 별개의 것으로 분리시켜 보려는 우리시단의 창작풍토를 우려하면서 "최근 시의 경향은 정신과 육체의 분리를근원적으로 수락하고 있지 않은 우리의 공동체적 삶의 양식과도 불일치를 보이고있다"고 진단했다.

"방황과 일탈의 편력"을 통해서 시인 이건청씨(한양대 교수)는 "한국의 비평계는작품에 대한 올바른 가치를 평가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이 지닌 참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책무를 방기한채 심한 야합과 일탈로 혼란을 가중시켜왔다"고 지적하고, 저급한 문화의 확산 속에서 어떻게 고양된 정신을 수호해나갈지 난감하다고도 토로했다.

한편 시인 이승하씨는 문예지들의 무분별한 신인 양산과 배타적 파벌주의, 무명시인을 앞세운 출판사들의 상업주의, 베스트 셀러 시집 조작, 자비출판이 공공연해져 등단의 의미가 희석된 현실, 매스컴에 좌우되는 독자들의 도서 구입 경향 등시문학의 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은 많다고 비판하고, "우리시문학은 쓸쓸한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느낌"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지방시단에 대한 중앙의 차별과 독주에 대해 주로 비판한 시인 정선기씨(부산일보 논설위원)는 그때문에 작품다운 작품을 창작하려는 노력보다 유력한 잡지사나시인, 평론가를 기웃거리게 하는 출세지향의 풍토가 조성됐다고 꼬집었다. 정씨는또 "끼리끼리 똘똘 뭉치고 동인지를 만들어 돌려보고 만족하는 퇴영적인 모습이우리시단의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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