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대북접근 빠른 걸음

입력 1994-10-25 12:45:00

핵문제와 관련한 북.미회담 합의 후 대북국교정상화 교섭재개에 대한 일본측의 움직임이 갈수록 적극화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일본정부와 연립여당은 24일 잇달아 열린 여당책임자회의와 수뇌연락회의에서 대북국교교섭 재개를 위해 자민.사회당.신당선구 3당의 합동방북단을 적절한 시기에 파견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날 회의는 특히 교섭중단의 큰 요인중하나였던 {이은혜문제}를 거론치 않는다는 데에도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정부&여당의 대북접근 의욕을 엿보게 했다.

이와관련, 무라야마(촌산부시) 총리는 이날 현재와 같은 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방북단을 검토하는게 좋다고 평가했고, 이가라시(오시남광삼)관방장관도 북.일교섭에 특별한 전제조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든재개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적극성을 보이며 이은혜문제 역시 전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민당의 모리(삼희낭) 간사장은 특히 단장은 새 일조의원연맹회장이 될 것인 만큼 외상경험자등 중진에서 물색하고 있다고 말해 거물급을찾고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회의에서 가토(가등굉일) 자민당정조회장은 사회당이 집권하고 있는 점을 강조, 중.일국교는 다나카전총리가 해냈으니, 북.일국교는 무라야마총리가 해낼 차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는 것이다.일본은 지난 92년 8차회담 도중 결렬된 이후 회담중단의 직접 원인이 된 이은혜문제등 북한과의 2국간문제 외에도 핵개발의혹에 대한 국제적 제재여론에밀려 대북접근 시기를 관망해왔다. 물론 핵이 전제조건은 아니라며 몇차례신호를 보내긴 했으나, 북한이 냉담한 반응을 보여 전혀 진전없이 {시기}만을기다려야 했다. 이제 핵개발의혹이 해결무드를 타고있는 만큼 {사실상 장애물이 없어졌다}는 판단에 미국에 선수를 뺏길세라 조속히 재개하겠다는 조바심까지 엿보였다. 이은혜문제 불거론 방침은 그걸 말해준다.관측통들은 북한입장에서도 경제난 해결을 위해 미국에 이어 대일교섭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 남북관계 보다 북일관계가 먼저 진행될 가능성이 없지않다는 전망도 강하다. 그러나 북.일교섭이 일단 재개된다해도 난제가 많아순조롭게 진전될지는 불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8차까지 진행된 북일교섭의 경위를 보면 양측간 숱한 이견이 가로놓여 있음을 알수있다. 기본문제.경제적문제.국제문제.인권문제등 대략 4가지로 구분되는 대립점의 개요를 살펴보면, 한-일기본조약.국교정상화와의 관계가 참작될수 밖에 없어 발생하는 문제들이 많다. 우선 {기본문제}는 북한의 관할권이미치는 범위, 한일합방조약의 불법여부등이 들어있다. {경제적문제}는 전쟁및 전후보상문제로 북한이 한일청구권자금 유무상5억달러의 10배에 달하는50억달러나 요구, 양측 차이가 심각하다. {인권문제}는 KAL기 폭파범 김현희의 일본어교사였던 이은혜문제를 일단 접어둔다 해도, 북송재일동포들의 9만3천여명에 달하는 일본인처 박해문제는 앞으로 일본정부가 처우개선 혹은 송환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는 현안으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 국제문제는 핵의혹의 해결실마리로 큰 장애가 안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남북당사자인 한국과의 조정과 이해를 구하는 일이 향후 큰 파장을 부를 가능성이 없지않다는 점이다.

8차례회담에서 드러난 이같은 현안외에도 당장 해결과제로 떠오른 문제도 많다. 북한의 경수로전환 지원과 관련, 일본은 코리아에너지개발기구에 참여해한국부담분 외의 상당액을 부담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핵관련부담액은 어디까지나 미결상태인 대북 전쟁배상 혹은 청구권자금의 일부가돼야한다는 {과거배상의 일환론}이 일본내에 지배적이다. 이 문제는 북한이대미회담때 강한 반발을 보인바 있어 과연 일본의 의도가 먹혀들지 미지수다.현재 조기파견을 겨냥한 방북단의 단장에는 모리자민당간사장의 말대로 외상경험자를 중심으로 나카야마(중산태낭)전외상과 미쓰즈카(삼총박)전외상, 야마자키(산기척)전건설상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당일각에서 구보(구보긍)서기장을 거론하고 있어 절충이 계속되고 있다.한편 외무성관계자 가운데는 정치권의 독주로 자칫 한국.미국 등과의 마찰이생길것을 우려, 여3당 방북단에 대해 {가서 뭘할 것이냐}며 부정적&소극적인견해도 없지않다. 이 때문에 북일국교정상화 교섭은 조기 재개된다해도 전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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