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알 한톨에 천자문을 새겨넣기도 한다는 마이크로(micro) 시대 - 현대이다.과학, 의학의 원초적인 비밀이 미세세계를 탐구함으로써 밝혀지듯이 섬유가갖고있는 심미성도 그렇게 파악될 것이다.섬유산업의 성공여부가 미세세계에 어떻게 접근할수 있는가에 달려있다는것은 정설이다. 화학섬유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섬유시장은 더욱더 낮은 데니어의 섬유를 생산하기 위한 각국의 불꽃튀는 경쟁으로 치열하다.고래의 기록으로 미루어 한국은 직조기술에 관한한 그 섬세함이 섬유선진국이었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신라시대때 당나라에 공물로 가져간 비단(실크)이 30-40승이었다 한다. 1승(새)은 80가닥이므로 40승이라면 3천2백가닥이 된다. 즉 3천2백가닥의 경사를 쓴 비단이니만큼, 단위 베폭에 경사의 실가닥이 많을수록 섬세하고 조밀하다는 원칙에 비춰볼때 놀라울 따름이다.
신라시대의 비단직조기술이 삼이나 모시짜는 기술로 이어졌는데 이러한 전통 섬유는 이제 차츰 사라져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섬유산업이 세계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이다. 전통이 바탕이 돼있지 않은 탓이다.
이태리나 일본의 섬유업계가 세계시장에서 큰소리 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전통을 바탕으로 꾸준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의 중요성은 화섬산업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세계를 휩쓸고 있는 화섬의 소재나 화섬사는 대부분 미국 일본등지서 개발한 것이다.화섬의 세계를 면밀히 알기 위해 알아야할 용어는 무척 많다.장섬유와 단섬유는 어떻게 구별하는가. 연사란 무엇인가. 이형단면구조사란무엇을 말하는가. 합섬은 무엇이며 신합섬은 또 무엇인가 등등....이른바 섬유인이라고 하면서도 이의 학문적체계를 완벽하게 알고있는 이가드물다는데 한국섬유업계의 현실적 고민이 있다.
장섬유는 그야말로 국수줄기 뽑아내듯 길고긴 외가닥섬유를 말한다.천연섬유는 거의 단섬유인데 유일하게 누에고치의 견사만 장섬유에 포함된다.화학섬유는 모두 장섬유이므로 장섬유라고 하면 대개 화학섬유로 통하기도한다.
장섬유는 그 단면도의 형태를 무척 중요시 한다. 실의 특성 혹은 제직물의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견사의 단면은 사이각이 120도 정도의 이등변삼각형의 모양을 하고 있는데이를 세리신이라 부르며 그안에 피브로인이라 불리는 작은 이등변삼각형의 섬사 두가닥이 들어있다. 이를 적절히 가공하면 비단특유의 감촉이 생성된다.화섬의 원료는 크게 나일론, 아크릴, 폴리에스테르로 나눈다. 공업화와 관계없이 개발이 가장 빨랐던 것은 아크릴이며 다음이 폴리에스테르 나일론순이다.나일론을 처음 개발할때의 케치프레이즈는 {철강처럼 강하고 거미줄처럼 가는 섬유}였다. 그러나 굴곡에 있어 특유의 탄성을 지니고 있는 폴리에스테르에 밀려 지금은 시장의 30%정도밖에 차지하지 못하고있다.
이러한 원사의 개발은 미국의 듀퐁사를 비롯한 서구의 각사와 일본의 데이진아사이가세이등 여러 합섬사에 의해서였다.
신합섬의 개발역사는 오래지 않다.
일본섬유시장이 천연섬유의 유행으로 들떠있던 87년 엔고현상이 일어나면서값싼 섬유류를 요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패션이 80년대말부터 캐주얼풍에서부드러운 페미닌풍으로 바뀌면서 유행의 변화를 불러왔고 이로써 실크의 감촉이 만져지는 화섬사의 출현이 요구되었다.
일본의 동양방적이 {지나}를 발표하면서 비로소 신합섬이 예고되었다. 그후수많은 신합섬이 개발되면서 세계의 섬유계는 신합섬에 모든것을 걸게 되었다.
한국도 이를 원용해 각원사메이커가 많은 종류의 합섬혹은 신합섬 원사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코오롱(60종)등 몇개 업체를 제외하고는 빈약한 실정이다.
신합섬이 개발되기 전의 화학섬유는 합섬(regular)이라고 부르는데 그중 나일론을 원료로한 테피터(taffeta 다후다)등 3종, 폴리에스테르를 원료로 한개버딘(gaberdine)등 9종류가 유명하였고 지금도 매상고를 올리는 것은 6-7종류이다.
특히 강연사직물(깔깔이 georgette)의 종류인 아문젠조젯트, 치리멘(축면)조젯트, 요류 조젯트등 3종은 꾸준히 매상고를 올리고있다.이같이 많은 종류의 섬유가 탄생할수 있도록 한 공정은 바로 가닥을 꼬는데에는 연사공정이 큰 몫을 하고있다.
합섬이나 신합섬에서 가장많이 등장하는 숫자는 75와 36이다. 75데니어의 실로 36가닥을 꼰 75D/36F라는 명칭의 실이 가장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깔깔이의 요류란 직물은 경사 위사모두 75D/36F의 실을 깔깔이 기법으로 경사는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2번씩, 위사는 한쪽으로만 꼰 실로 짠 직물이다.요류나 치리멘등은 모두 일본에서 개발된 것이어서 한문자의 이름을 가지고있다.
신합섬역시 합섬의 공정을 따르고 있음은 물론이지만 실크조(견직물), 소모조(모직물), 레이온조(인견조), 건조감및 청량감조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신기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즉 염색가공, 극세사 초극세사개발, 이형단면섬유개발, 미다공질 섬유개발등의 기술이 동원되고있다.
신합섬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합섬과는 달리 감촉에 따라 대개 앞의 네가지로 나누는데 대중적인 것으로 피치스킨이란 것이있다. 이는 섬유의표면을 사포로 문질러 표면이 마치 복숭아 껍질처럼 폭신하게 만드는 것이다.섬유의 명칭에 과일의 이름까지 동원하는 예술감각. 섬유선진국의 예술감각과 끊임없는 신기술개발에 섬유의 사활을 걸고있는 자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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