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비민주계 목청 높아졌다

입력 1994-09-14 13:02:00

행정구역 개편문제가 13일 가까스로 매듭지어졌으나 이 과정에서 빚어진 당정간 불협화음, 민자당내 갈등으로 여권은 적지않은 상처를 입었다.특히 이번 행정구역개편문제는 여권내 실력자들의 명암을 엇갈리게 한 계기가 됨으로써 여권의 균열조짐이라는 후유증을 남기기도 했다.그러나 이번 논란은 그동안 움츠려 있었던 당내 중간보스들의 입지를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향후 여권내부의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이번에 가장 이득을 본 사람으로는 김종비대표를 꼽을 수 있다.당대표이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지극히 신중했던 김대표가 이번에는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김대표는 행정구역 개편문제에 대해 {조정자}라는 입장을 내세우며 내심 반대의 입장을 취하면서도 초반에는 일체의 언급을 자제해 왔다.그러나 당정갈등이 심화되고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등 사태가 악화되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지난 9일 이영덕국무총리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고위당정회의 석상에서는 {당우위}를 공언하며 정부측을 준엄하게 질타, 이총리로부터 사과까지받아냈다.

그동안 {허세 대표}라는 공세를 펴오던 민주계, 특히 최형우내무장관에게도질책을 퍼부을 정도로 자신감을 회복했다.

이해득실을 따지자면 경북도지부위원장인 김윤환의원도 득을 본것으로 볼수있다.

이번 행정구역 개편논란을 가장 유효하게 활용했다는 대체적인 평가다.김영삼대통령만들기에 일등공신이었음에도 지난 1년반동안 줄곧 각종 구설수에 시달려오면서 정치외곽을 맴돌았던 김의원은 도지부위원장이라는 위치를십분 활용, 목소리를 높혔다.

지난 1일에는 기자간담회와 경북지구당위원장 모임을 잇따라 가지고 경북과대구의 통합원칙과 대구시역확대 반대를 천명하는등 내무부의 행정구역안에대한 논란의 불길을 당겼다.

또 12일에는 집단 상경한 경북도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위치를 확인했다.

김의원은 특히 실세중의 실세인 최형우내무장관을 겨냥, 국정수행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집중공략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또 한사람의 중진인 이한동원내총무도 중간실세로서의 입지를 세우는 성과를 거뒀다.

경기도지부위원장이기도 한 이총무는 경기도의 남북분할론을 초반에 봉쇄시킴으로써 지역보스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그는 또 경기도 지구당 수련대회에 잇따라 참석, [지역주민들이 큰 정치인을만들어 낸다]고 호소하고 {경기도 웅도논}을 펴는등 자신의 정치적 영역을최대한 넓혀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가장 큰 손해를 본 쪽은 최내무라 할수 있다.

당정협의없이 불쑥 개편안을 내놓음으로써 당은 물론 민주계 내부로부터도집중공격을 받았다.

김대표로부터는 {당돌하다}라는 질책을, 김윤환의원으로부터는 국정수행능력의 문제를 지적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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