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시전역 세거중지

입력 1994-09-06 12:00:00

요즘 오클랜드 시내를 다니는 자동차를 보면 번쩍 번쩍 빛나는 깨끗한 자동차를 보기가 매우 어렵다. 그 까닭은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세차를 하지 않기때문이다.우리나라가 50년만의 더위와 가뭄으로 큰 홍역을 치른 것처럼 인구 1백만명의 뉴질랜드 최대의 도시 오클랜드 역시 가뭄으로 최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오클랜드는 빼어난 시민 정신으로 이 난관을 쉽게 극복해 나가고 있어 우리에게 큰 교훈을 안겨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뉴질랜드를 가리켜 축복 받은 나라라 일컫는 것은 연중 고르면서도 풍부한 강우량과 일조량을 두고 하는 말.

그런데 작년 말부터 오클랜드지역은 연평균 강우량인 1천3백mm의 60%에도 채못미치는 비가 내림으로써 시 전체가 물부족으로 인한 비상사태에 돌입한 것.지난 5월 시청 산하 물공급 비상대책위원회는 [앞으로 공급되는 전체물의16%가 절약되지 못할 경우 가정용 급수가 중단될 정도로 용수난이 심각하다]면서 시민들의 물절약운동 동참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이와함께 매일매일 저수량 실태와 물절약 실태가 중계방송 하듯 신문에 연일그 수치가 보도되고 있는데.

놀라운 일은 물절약운동 전개 이후 현재까지 평균 25%이상의 물절약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물 절약을 위한 아이디어도 각양각색. 제일 먼저 BP, 칼렉스, 모빌, 쉘등4대 정유회사가 주유소에 딸린 세차장을 자진 폐쇄했으며, 이와함께 오클랜드내 52개 소방서의 소방훈련이 6월부터 전면 중지되고 경찰차, 시청의 모든 차들도 세차를 중지했다.

가정에서도 세차 중지는 물론 스프링클러 가동 중지, 호스사용 중단등 물 절약과 관계되는 모든 일에 시민들이 발벗고 나서 시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물 절약을 위한 각양각색의 구호도 이채롭다. [지금 당장 물을 절약합시다]라는 비교적 점잖은 것에서부터 [물이 없으면 위리어스(오클랜드시 소속 인기럭비클럽이름)도 없다]는 것에 이르기까지 애교있는 구호도 곳곳에서 눈에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모두가 이같은 시 정책을 적극 신뢰하며따라주고 있다는 사실.

오클랜드 북쪽 노스쇼어 시티에 살고있는 교민 강철씨(47)의 체험이 그 대표적인 예다. 강씨는 수압이 낮아 온수사용이 불편, 물탱크를 교체하기 위해 관련업자를 불러 견적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계의 이 업자는 [지금은 천만금을 주어도 물탱크를 교체할 수 없다. 이 공사를 하려면 기존의 물탱크에 있는 물을 모두 버려야하는데 물을 절약해야 할이때 그럴수는 없다]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강씨는 비교적 하층 부류에 속하는 마오리인들조차 이렇게 시 정책을 적극신뢰하고 따르는데 큰 감명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