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선이냐"로 서열...시대역행

입력 1994-09-03 00:00:00

한국정치학회(회장 김호진고려대교수)는 3일 서울힐튼호텔에서 {한국에서의정치학과 현실정치}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참석자들의 기조발언을 정리해 본다.*지식인과 국가정책(김홍명조선대교수)=참여지식인들은 정권의 정통성과 확보에 들러리가 되든지 이미지관리의 효과로서 활용되는데 그쳤다. 이들은 특정집단의 권력유지과정속에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고 용도폐기되거나 변절자로 끝나고 말았다. 문민정부의 정치현실도 그 내용에 있어서는 여전히 과거의구조적 연장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정치학과 정치경험(노재봉민자당의원)=정치학자가 정부에 참여하여 통치경험을 한다는 것은 학문적으로 매우 귀중한 것이지만 현실에 참여할 경우, 당연히 입장확립이 요구된다. 과거수호에 집착하고 변화를 부정하거나 과거를 부정하고 그것을 초월하려는 것은 둘다 현실불가능한 목적을 기치로 하며 가장비인도적인 극단으로 흐를수 밖에 없다.

*한국정치의 이론과 현실(오세응민자당의원)=직업정치인의 시각으로 볼때 정치학자들은 매우 행복하다. 현실의 관찰이나 사유를 통해 자신의 분석이나 신념을 아무 거리낌없이 발표하고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한국정치와 정치학(안병영연세대교수)=한국정치학은 당연히 국내외정치를 품에 안아야 한다. 이제 한국정치학은 세계사의 흐름을 파지하면서 한국인의 정치적 삶의 한가운데서 호흡하며, 이를 개선하는데 큰 관심을 쏟아야한다.

*정치인의 현실과 실제(이부영최고위원)=정치인집단은 그가 몇선이냐에 따라나름대로의 위계질서를 갖도록 돼 있으며 정치적인 발언권도 그 같은 서열에따라 좌우된다. 이러한 질서에서는 새로운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고그러다보니 새로운 흐름에 대해 보수적인 자세로 임할 수 밖에 없다.*정치학과 현실정치와의 관계(조순승민주당의원)=정치학자들은 정치를 위해서도, 자기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도 정치가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학자들은 돈이 없고 조직과의 연계가 없고 용기가 부족해서 현실정치를 피하고 있지 않은가. 양심적이고 전문지식을 가진 많은 젊은이들이 정치계에 뛰어들어야 정치권이 정화되리라고 생각한다.

*정치학계와 현실정치(장을병성균관대총장)=지난날 정치학자들의 정치참여는자발적이었다기보다 동원이나 어용적인 참여에 지나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정치학자들의 참여는 여당에 편중되었는데 이것이 정치학계의 모순과 갈등을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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