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던진 공을 늙어서 받는다고 했던가. 국민학교때 커서 무엇이 되고싶으냐고 물으면 서슴없이 산지기가 되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충청도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늘 뒷산 산지기 할아버지의 옛날얘기 들으며 놀던 탓도 있지만, 온갖 새들과 나무들을 품고 있는 큰 산덩어리를 묵묵히 지킨다는 일이그때 내 눈에는 꽤 신비하고 매력적인 일로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도시로옮겨 앉아 자라면서 그럭저럭 수많은 사람들과 책 속에 묻혀 영악스럽게 커버렸지만 지금도 아무데든 산에만 가면 마치 고향에 돌아간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결국 산지기는 되지 못했지만 늦게나마 청도 산골짜기에 돌아갈 움막 하나마련하고 자주 산의 법문을 듣고 있으니 어릴때 던진 공을 이제서야 받긴 받은 셈이다.
흘러 내리는 것은 강물만이 아니다. 호미 씻고 해저문 산마루에 앉으면 거대한산덩어리가 말없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큰 산의 섭리를 어떤 그림이나 문자로 다 풀어낼 수 있으랴. 산은 가장 작은 풀꽃에서부터 오랜 세월 등굽은 소나무까지, 또한 여린 귀뚜라미 소리로부터 보채는 바람소리까지 다 품어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과 죽음, 마을의 고단한 잠과 먼저 돌아간 이들의 낡은 몸조차 묵묵히 보듬어 안고 흘러내린다. 그것도 여린 풀뿌리를 적시는 깊은 골짜기의 물줄기를 거느리고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 내린다.그 흐르는 뜻을 왜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요즘 사람들은 고개 숙여스며들지 못하고 고개를 반짝 쳐들고 들어와서는 마구 산의 맥을 끊어놓는가하면 별장이랍시고 어마어마한 도시건물의 모양새를 그대로 옮겨놓고 흙을오염시킨다. 청산이 깊다하되 어느날엔가 한꺼번에 온 산이 우르르 탕탕 흘러내려 텅 비어버리기라도 해야 알까. 우리 모두 함께 흘러내릴 빈 자리에등받쳐줄 산이라도 없다면 그때는 가없는 허공 한 자락 어디에 걸어두기라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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