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승계 이상설 증폭

입력 1994-08-06 00:00:00

북한 김일성이 사망한지 한달이 다 되도록 김정일의 후계자 등극이 이루어지지않고 있다.지난7월8일 김이 사망한뒤부터 공석이 된 {국가주석}과 {노동당 총비서} {중앙군사위원장}자리가 한달동안 비어있는, 공산권 국가에서는 보기 드문 {변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김정일이 이미 권력을 완전장악했기 때문에 형식적인 직책취임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좀더 많지만 후계체제 구축에 무언가 {이상기류}가흐르고 있지 않나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

이홍구부총리겸 통일원장관 주재로 5일 열린 통일안보정책 조정회의도 북한이 형식적이나마 {정상}이 없는 상태에서 최대관심사인 미국과의 고위급회담에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한} 사안이라는 견해가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제네바회담에 참석하고 있는 강석주외교부 제1부부장등 북한측 대표들의 가슴에 여전히 김일성배지가 달려 있었다는 점도 유심히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이와관련, 정부의 한 당국자는 권력승계는 내부적인 절차도 중요하지만 대외에 공포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더 중요한 것이라면서 북한이 1인자 공백상태를 한달씩이나 방치하는 것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실제로 김일성사망이후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예사롭지 않은 구석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북한이 김일성장례식을 갑자기 연기한 것부터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은 김일성장례 예정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16일 장례식을 19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김일성조문을 희망하는 주민들의 절절한 심정과 요구를 반영해 장례식을 연기한다고 밝혔지만 국가적 행사인 장례식을 그 정도의 이유로 연기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장례식에 이어 열린 김일성추도대회에서도 다소의 이상현상이 나타났다. 북한이 당초 발표한 국가장의위원회 서열상 40위 이하인 인민군차수 6명이 서열24위인 김기남노동당비서보다도 먼저 조문을 했음이 확인된 것이다.서열이 엄격하게 지켜지는 북한권부의 속성상 이처럼 서열을 건너뛰는 행위는 지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 북한문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여기에 지난달 27일 열린 이른바 {조국해방전선 승리 41돌 보고대회}도 김정일후계구도의 {이상기류}설을 더욱 증폭시킨 결과를 초래했다.관영매체들이 이른바 {전승경축 보고대회}를 이례적으로 사전예고, 김정일체제출범과 관련한 모종의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김정일은 아예 행사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정부 당국자들은 그러나 이같은 여러 이상현상들이 김정일로의 권력승계에근본적인 차질이 빚어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징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김정일의 등극은 시간문제이며, 다만 혁명 1세대나 군부가 특정요직 할애를요구하는등 후속 인사를 둘러싼 권력집단간의 이해조정이 아직 마무리되지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분석을 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우선 북한방송이 {전승경축 보고대회} 참석자 명단을 권력서열에따라 한명 한명 호명하지 않고 {정치국 위원들} {정치국 후보위원들} {인민군 차수들}등으로 호칭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년과 달리 참석자 명단을 서열에 따라 한명 한명 호명하지 않은 것은 내부적으로 권력서열 조정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또 김일성추도대회에서 김영남부총리겸 외교부장이 추도사를 낭독하면서 당중앙위원회의 두리에 단결하고 당중앙위원회의 영도를 높이 받들어등의 표현을 여러차례 사용한 것도 이례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정일이 노동당총비서와 국가주석직에 취임하더라도 명목상 1인자에 불과할뿐 실질적인 권한은 노동당 중앙위 핵심인사들이 장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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