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우사의 망토가 붉은색인 것은 소를 흥분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관중)이 흥분하기 위한 것이란 얘기가 있다.투우장의 소는 색맹이어서 색깔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망토의 흔들림에 자극받고 공격한다는 주장이다. 굳이 투우를 예들지 않더라도 빨간색이 심리적으로 흥분상태를 유발하고 감정을 고조시킨다는데는 이론이 없다.월드컵 그라운드에 빨간색 잔디를 입혀놓았다고 상상해보라. 격렬한 태클에심판은 옐로 카드 꺼내기 바쁠 것이다.
문화혁명 당시의 홍위병 깃발, 나치의 하이켄 크로츠 휘장등도 붉은 색깔로대중의 감정을 격발시켰지만 적어도 붉은색이 {그린피스}의 초록처럼 평화나화합적인 심리조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색깔이 아님은 분명하다.수십년전 우리는 학교 운동회에서 청군, 홍군으로 나눠 뛰던 것을 어느날 갑자기 청군 백군으로 바꾸면서 홍군을 없애버렸던 적이 있다.최근 우리는 바로 그 잊고 있었던 붉은 머리띠를 노사분규장에서 자주 보아왔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이후 해마다 이맘때면 눈에 띄는 빨간머리띠가 요며칠새에도 여전히 TV에 비치고 있다.
TV속의 빨간 머리띠를 볼때마다 가끔씩 왜 우리 노동자들은 푸른평화운동의상징인 초록색이나 평화와 화합의 색깔인 분홍빛 머리띠는 두르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왜 자극적이고 강렬하며 도전적인 색깔에 집착할까.
결연한 투쟁의지, 뜨거운 근로자의 단합심을 북돋우기 위해서 붉은 색을 선택했으리란 이해와 짐작도 해보지만 붉은 색에 대한 막연한 정서적 거부감이전연 없지도 않은 것이다.
물론 어차피 노동운동과 노사간의 투쟁이 핑크빛 밀월관계가 아닌것이 우리근로현장의 현실인만큼 붉은 머리띠를 두른 {격정}도 이해가 가능하다.그러나 탁자를 가운데 두고 넥타이맨 기업주쪽과 대치해 앉은 노조 대표들의붉은 머리띠를 보면 과연 저 붉은 색깔이 노사간의 대화에서 심기일치에 얼마나 유익한 도움을 줄것인가하는 의문을 갖게된다.
더구나 항상 그런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일이지만 어느 노사 협상에서도 테이블 가운데 꽃병 하나라도 화사하게 꽂아두고 앉은 장면은 보질 못했다.모든 사고가 적대적이고 대치상황측면에서 문제를 인식하는 태도들이다.붉은 머리띠가 대화 상대자에게 어떤 심리적 거부감과 무익한 적대의식만을유발시킬 것인가에 대한 무신경한 자세는 물론, 공권력 이외는 해결수단을갖고있어 보이지 않는듯한 일부 기업주측의 고압적 자세또한 다수국민들에게똑같은 거부감을 주어왔다.
걸개그림과 징과 북, 그리고 도수체조같은 춤사위, 거기다 붉은 머리띠라는투쟁이미지가 사측의 공권력 일변도의 대응이미지와 함께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아래서 계속된 빨간머리띠 시위가 얼마만큼 국민들에게 호소력을지닐지 의문스러운 것이다.
투쟁자체를 양보하라거나 나약한 투쟁방법을 선택하라는 얘기가 아니다.이제는 보다 성숙된 노동운동을 펼칠수 있을만큼 세월과 경륜이 흐르고 쌓여졌다.
붉은 머리띠를 벗어던졌다고 노동자의 투쟁의지를 만만하게 볼 세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다수 국민들은 순화된 투쟁방법과 빨간 머리띠를 벗은 새로운 이미지에서 건실하고 성숙된 노동운동의 모습을 느끼고 함께 공감해 줄 것이다.어디서 유래돼 전통의례처럼 돼버린 건지도 모르는 빨간 머리띠만은 이제 벗을 때가 됐다고 본다.
진실로 국제 경쟁력을 주창한다면 붉은 머리띠의 투쟁모습과 공권력 투입만능 식의 진압방식이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치고 그것이 어떤 반작용으로 되돌아와 우리의 경쟁력을 갉아 먹는가를 살필 수 있어야 한다.모든 부문에서 누구도 더이상 과격한 집단이미지를 만들어 갈 이유는 없다.항상 좋은 이미지와 평화롭고 합리적인 정서로 투쟁할때 우리노동자들의 지위는 더욱 존중받고 기업주는 주민의 신뢰를 얻을 것이다.
그동안 힘겹게 싸워온 노동자들의 노력과 희생에 격려하는 마음과 함께 국민의 사랑과 국제사회의 믿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이제 빨간 머리띠는 벗어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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