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정개혁 공논으론 안된다

입력 1994-05-09 00:00:00

농안법파동이 결국 농수산부의 고위직공무원해직과 검찰의 로비수사로 이어지면서 그 범위가 확산될 전망이다. 이는 결국 입법과정은 개혁취지에 맞게진행되었으며 농수산부의 준비부족은 왜 일어났느냐는 것을 점검해 보는 일일것이다. 물론 이런 관점에서 잘못이 있었느냐는 점도 중요하지만 {개혁입법}이라는 깃발만 달면 아무렇게나 법을 만들어도 좋은지 검토되어야 하며, 또당정간의 정책협의도 과연 바람직한 형태로 이루어졌는지 검토되어야 한다고본다.사실 이번 농안법의 핵심적 요소는 중매인에 대한 도매행위금지조항이다. 이를 두고 농수산부는 현실론을 들어 반대했고 민자당은 농수산물유통개혁을이유로 이를 관철시켰다. 농수산부의 현실론이란 실제로 도매시장유통물량의80%를 차지하고 있고 또 도매시장은 전농산물유통물량의 30%밖에 취급하지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중매인의 도매행위를 대신할 새로운 도매인을 인위적으로 육성시키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농수산물도매상은 일반의 생각만큼 이윤을 챙기지 못할뿐 아니라 보관이 어려운 농수산물의특성상 아무나 하려고 하지 않기때문이다. 그것은 대구북부도매시장 경우 중매인이 도매상까지 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60명에서 거의가 파산하고 지금은 겨우 7명이 남아있는 것만 봐도 알수있다.

결국 현실을 무시하고 {개혁법}을 만들어 놓고 결국 실패하자 집단이기주의로 보는가하면, 현실론을 펴는 농수산부를 복지부동의 표본과 로비당한 추한곳으로 몰아 붙이고있다. 이는 결국 책임전가로 밖에 볼수없다. 따라서 앞으로 새로이 개정할 농안법은 현실에 바탕을 두고 농민을 위한 법이 돼야 할것이다. 바로 UR한파에 대응하는 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와 같이 농산물 가격파동이 잦아서는 안된다. 물론 농산물 파동이유통구조 때문에 온것은 아니다. 농산물의 풍흉에따라 유통구조의 후진성에의해 가속화되었을 뿐이다. 유통구조의 개혁이 바로 가격안정으로 연결되는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현재의 구조를 그대로 둘수는 없다. 그래도 구조의 개혁이 얼마간의 도움을 줄수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떻게 개조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 그것은 이상과 현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것은 명분만 내세우는 탁상공논이다. 이러한 모순은 한번의 경험으로도 족하다. 개혁의 시기라고 해서 너무 명분위주로 나가다 보면 자연히 실리는 놓치고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역사는 반복해왔음을 깨달아야 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