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국가경쟁력과 교육 민주화

입력 1994-03-14 00:00:00

현행 교육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교육부에서는 월반제, 속진제와 같은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어 교육개혁에 대한 논의가 다시 고조될 전망이다.교육부의 이번 개혁안은 좀더 연구하여 하반기 중에 그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 하므로 현재로서는 그 타당성 여부를 논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 그러나교육제도의 개혁은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국가적 수요와 국민적 여망을 고려하여 결정할 사안이기에 비전문가로서나마 이에 대한비견을 미리 제시해 보고자 한다.

**공익서비스의 특성**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국민교육은 특정계층을 위한 사적서비스가 아니라 사회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공익서비스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교육서비스의 창출을 규제하는 교육제도 역시 교육에 대한 사회일반의 대중적수요를 우선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국제화시대의 국가경쟁력은 교육을 통한 국민적 생산력의 확대여하에달려 있음을 고려할 때 국민다수를 위한 교육개혁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있는 것이다. 국민적 생산력은 소수의 영재양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개 국민의 사회경제적 역할이 상호 보완적으로 결합하여 하나의 국민적 에너지로융합될 때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국가경쟁력 제고를위한 국민교육은 개인의 역량과 기능을 개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개발된 개개의 기능을 하나의 국민적 생산력으로 모아줄 수 있는 결속기능을담당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경쟁원리에만 집착**

그러나 우리의 교육현실은 교육내적인 능률과 경쟁원리에만 집착한 나머지국민교육이 지향해야 할 형평성과 보완성은 등한시되어 왔으며, 그로인해 국가경쟁력 확대를 위한 국민적 사회적 결속기능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교육개혁은 이렇듯 전도된 교육현실을 바로잡기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 개혁은 경쟁에서 이긴 소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수대중의 국민경제적 기여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경영자든 기술자든 기능공이든 국민경제를 위해서는 모두가 없어서는 아니될인물로 양성되고 교육되어야하는 것이다. 입시경쟁에 실패한 젊은이에게도,기술로 무장된 생산현장의 젊은이에게도 다같이 긍지를 가지고 국가사회에기여할 수 있게 해 주는 교육환경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진정한 교육개혁은 월반제를 통한 경쟁가열이 아니라 이러한 교육환경에접근할 수 있게끔 기존의 교육제도와 교육관행을 민주화해가는 것이어야 할것이다.

민주화를 향한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여러가지 과제와 수단이 동원될 수 있겠으나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고려해 볼 때 우리는 무엇보다 대학입시제도의문제점부터 풀어가지 않으면 아니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거듭된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학입시는 여전히 인간보다는 성적, 교육보다는 경쟁을 우선시키는 근원적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앓고 있는 일류병과 학력지상주의 사고도 경쟁적 대학입시제도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전염되고 있는 것이다. 제도를 살려두고 방법만 바꿀 것이 아니라 입시제도 자체를 손질해 볼때가 된 것같다.

**인재는 특수대학서**

프랑스와 같이 일반대학은 모두 전공별로 특성화하고 평준화함으로써 소모적입시경쟁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자. 그리고 국가 전략상필요한 인재는 소수의 특수대학에서 양성하고 일반대학은 고등교육에 대한 대중적 수요에 응하는 형태로 운영된다면 그만큼 교육제도의 민주화를 실현하는방법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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