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으로 소리공부 10년

입력 1994-02-01 00:00:00

소 숨 끊어지는 소리를 연상케할만큼 내면 깊숙한 곳에서 조금씩 흘러내리며느리게 이어지는게 전통가곡의 특성이다. 현대인의 일반적인 감성과 동떨어져 보이기도하는 가곡은 연주무대 또한 그리 많지 않고 공부하는 젊은이들 또한 좀체 찾아볼 수 없다. 이런 현실에도 아랑곳없이 김영욱씨(36.돈보스꼬예술학교교수)는 그 소리가 좋아서 10년 넘게 가곡을 붙들고 있는 젊은 국악인이다.경북대에서 국악이론을 공부하던 김씨는 지난83년 가곡예능보유자 홍원기선생(무형문화재 제30호)의 강의를 처음 듣고 그 소리에 강하게 이끌려 선생에게 가곡을 배우겠다며 찾아갔다. 지금도 가곡을 배우려는 사람이 드문 현실에서 당시는 오죽했을까. 제자 사랑하기로 이름난 홍원기선생이 김씨의 우리가락에 대한 열정을 내심 읽어내고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면서 가곡에 입문, 86년 전수장학생이 되면서 매주 대구와 서울을 오르내리며 수업을 받았다. 고달픈 5년의 전수과정을 끝낸 지난91년 문화재관리국 전문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곡발표회를 갖고 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이수자로 공식인정받았다. 국내 세번째 이수자로 기록된 것이다.

"정가는 한국인의 본성을 되돌아보는 자기반성에서 출발한다"고 말하는 그는정지된 상태에서 느리게 시작되고 점차 빠르게 이어지다 막바지에 또 느려지며 원점으로 돌아와 마무리되는 진행에서 동양적 시간관과 우주의 순환원리를읽어낸다. 그러나 한국인 고유의 음악심성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가곡이 점차희귀해지고 자기문화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결여돼 가는 요즘 세태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그는 한국적 어법으로 곡을 짓고 가사를 붙여 널리 보급하는 국악계의 총체적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가의 미래가 여기에달려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얼마전부터 정가의 한 장르인 가사공부에 치중해 있다는 그는 가사가 경상도사람의 정서와는 맞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며 올해 '국낙의 해'를 맞아 우리전통음악을 듣고 느끼며 생활속에서 우리문화를 찾아나가는 움직임이 활발해질때 좁게는 가곡의 미래가, 넓게는 전통문화의 맥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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