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우리동네 붕어빵 아저씨

입력 1994-01-12 00:00:00

겨울 들어서면서 우리동네 어귀에 붕어빵 장수가 자리 잡았다.처음에는 무심코 저런 {풀빵}을 요즘도 누가 사먹나했더니 그게 아니었다.어쩌다 퇴근 길에 볼라치면 이동식 가게 앞이 여간만 붐비는게 아니었다. 집사람 얘기로는 그 집 붕어빵은 우리 팥(중국 수입품이 아닌)을 땅콩과 섞어속을 넣고 반죽하는등 나름대로의 비법 덕분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문전성시라는 것.별것 아닌 풀빵이 우리 동네서만은 고급 과자들을 제치고 단연 인기상품이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이슈로 흔히들 UR극복이 논의될 때마다 별것아닌 재료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 {붕어빵 아저씨}를 생각케 되는 것이다.해가 바뀌면서 개혁 못지않게 세계화, 국제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지방화시대의 내실을 겨냥하는 목청 또한 높아지고 있다. 결국 우리는 물가고와 공해에 시달리면서도 국제인으로서의 자질과 감각을 함양하는 한편 지방화 시대의 일원으로서 손색없는 시민이 될 것을 양수겸장으로 요구받고 있는 셈이다. 얼핏 당연하다는 생각이들면서도 현실적으론 무척 어렵겠다는 느낌또한 어쩔수 없는것이다. 하루에도몇천명씩 해외나들이를 하는 터수에 어려울게 무어냐고 하겠지만 그게 간단하지만은 않을것만 같다.

국제화된 국민에게는 그에 걸맞는 시민의식이 있어야한다면 우리 현실은 어떤것인지. 내 차가 앞지를 때는 {그럴수도 있는 일}로 느긋하지만 남이 앞지를 때는 {나쁜x}으로 몰아치고는 눈을 부라리고 전조등을 번쩍대는 일이 다반사인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 의식의 근저에는 농경시대의 사고방식이 짙게 깔린게 아닌가 싶다.

중앙에서 내려온 소위 실세한테는 주지육림을 대접하고도 모자라 고개마저조아리는 일부 지방유지들이 한편으론 지방자치를 열내서 주창하는 모순을 느끼면서 "말이 쉽지 선진국이 되기란 참 어렵구나" 싶은 것이다.일전에 어느 물가 담당장관이 물가 자율인상을 내세웠다가 며칠만에 철회한일이 있다. 이 어른의 생각으로는 개방시대에 물가 규제란 맞지 않다는 판단이 앞서 우리나라의 독특한 가격구조를 미처 깨닫지 못했을것임이 틀림없다.이론상으로야 자율경쟁이 당연하겠지만 인간사회가 교과서대로만 되라는 법만은 아닌것이다. 그래서 치자에게는 높은 식견과 함께 현실을 꿰뚫는 혜안이필요하다는 느낌을 갖게되는 것이다.

물론 이 단편적인 사실만으로 이 분의 역량을 논의할 일은 못된다. 그러나근래들어 잇따른 권부(권부)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웬지 내실을 떠난말의 성찬으로 끝나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곤 하는 것이다.{땅을 가진것이 부담이 되는 시대}, {기득권층의 저항}, {내부의 갈등구조}등 날카로운 어휘가 풍미하더니 올해는 지속적인 사정아래 지방화 더 나아가국제화도 병행해야할 판이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는지. 물론 개혁도해야하고 국제화, 지방화도 백번 해야한다는 것을 잘안다. 그러나 탁상에서는 쉬워도 경험적으로는 지속적인 사정이 강조될 경우 사회전체가 움츠러드는것이 현실이고 보면 개방화 또는 경제성장등 우리가 추구하는 또다른 가치와는 상반되는 {두마리 토끼}가 될수밖에 없는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 시대에무엇이 필요한지를 나열하는 것은 지식인이면 나름대로 모두 할 수 있다.그러나 무엇이 가장 필요하며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일의 경중을 따져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야말로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아닌가 싶다. 이런의미에서 국제화도 지방화도 모두 좋지만 우선 연초부터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물가부터 잡아 경제를 안정시키는데 진력하는 것이 급선무로 느껴지는 것이다.

요즘 정치권 현실은 어느 중진급 정치인의 "말은 흘러넘쳐도 쓸말은 적고 사람은 지천이라도 인재는 적더라"고 한 말이 적절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사람이 사는 일상사란 결코 경천동지할 사건의 연속이 아닌만큼 거창하고 화려한데서 문민시대의 국기를 잡으려할게 아니라 {붕어빵 아저씨}처럼 범상한곳에서부터 차근차근 내실을 다져나가는 인재가 더욱 기대되는 요즘 아닌가.김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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