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환의원...산악회장직 사임 속뜻은

입력 1993-12-20 12:35:00

유성환의원이 민주통일산악회장직을 사임, 대구지역 민자당내 민주계들이 미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민주통일산악회는 지난해 대선당시 김영삼후보의 사조직인 민주산악회 대구지부의 후신.

김영삼대통령을 당선시킨뒤 민주산악회를 해체하고 만든 단체다. 지난3월 민주통일산악회 발기인대회를 가진데 이어 지난7월25일 창립총회를 갖고 유의원을 회장으로 선출했다.

유의원의 민주통일산악회장직 사퇴는 전격적이었다. 1년임기를 아직 7개월이나 남겨놓은데다 19일 저녁 송년의 밤 행사에서 회장직 사퇴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악회원들의 입장에서는 전격적일수 있으나 유의원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고심한 끝에 사임을 준비한듯 했다.

송년의 밤 행사를 주도면밀하게 준비, 회장사퇴에 대한 도상연습까지 마친것처럼 보였고 후임회장으로 수석부회장인 안숙제씨를 내정해 두었다가 이날 회장으로 추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유의원이 임기를 절반이상 남겨놓은채 갑자기 산악회장직을 물러난이유는 무엇일까.

유의원의 측근들은 "지구당과 산악회를 함께 관리하는데 힘에 부쳐 산악회장직을 사임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유의원은 송년의 밤 행사에서 회장인사말을 통해 모호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임의 변을 밝혀 직접적인 사임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유의원은 이날 인사말 말미에서 "슬프게도 남의 말을 곱게 하지 않고 남 잘되는 것을 배아파하는 대구문화를 체험했다"며 "생산적이고 가슴이 넓은 대구문화를 가꾸어 나가자"고 역설했다.

결국 지난9월초 신풍회 사건이 터지면서 대구지역 민주계들 사이에 틈이 생겨나 구설수에 시달린 것이 원인이었다.

대구지역 민주계인사들의 모임인 신풍회가 김홍식전대구시의회 의장을 토착비리척결차원에서 수사할 것을 진정한 것이 발단이 된 신풍회사건은 유의원에게도 여러가지 생채기를 남겼다.

전국구 후보에서 어렵사리 국회로 진출한 유의원은 김전의장과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후반기 대구시의회 의장선거에서 박승국씨가 낙선하면서 대구지역 민주계들이 김전의장을 겨냥, 검찰에 진정하면서 유의원과 관련해서도 좋지않은소문들이 나돌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신풍회사건이 터졌을 때 유의원은 대구지역 민주계들을 달래기 위해 직접 대구에 내려와 진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풍회원등 일부 대구지역 민주계 인사들은 유의원의 말을 좇지 않았다.

30여년동안 온갖 가시밭길을 헤치고 김대통령을 당선시켰으나 자기들 손아귀에 쥐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허탈감을 쉽사리 해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유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인사말에서 "목수는 자기집을 짓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세운 정권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고강조했다.

한때 대구지역 민주계의 구심이었던 유의원이 산악회장직을 사임함에 따라대구지역 민주계가 그 진로를 어디로 정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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