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새 내각은...

입력 1993-12-18 08:00:00

사생양이 필요하다 삼국지의 조조는 원술과의 수춘성싸움에서 식량이 떨어져고전한다. 오랜 장마로 수송로가 끊겨 일어난 사태인 만큼 조조로서는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런데도 군사들은 조조에 대한 불평이 이만 저만이 아닌것이었다.위기를 직감한 조조는 군량미 담당장교인 왕구를 불러 [네목을 빌려 달라]고한다.

그리고는 즉각 처단 해버린후 왕구의 부정으로인해 식량사정이 악화됐다고선언, 군사들의 마음을 돌려 놓는다.

이렇게해서 미안해하는 군사들을 독려해 결국 수춘성을 함락시키는데 성공한다.

한 나라나 거대한 조직을 다스리자면 가끔 개인의 권익은 집단의 권익을 위해 희생당하게 마련인 모양이다. 이런 역사는 현대에 와서도 변하지 않고 있다. 정권이 위기에 몰리게 되면 언제나 국민의 마음을 달래줄 희생양이나 상황전환을 위한 새로운 사건의 전개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잘못 끼워졌던 단추 지금 나각은 핀트가 맞지 않는 사진기라고나 할까. 대통령이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찍었는데 사진은 얼굴만 나오고 몸통이 없는 미완성 작품이 나왔다. 그나마 얼굴도 핀트가 맞지 않아 희미한채로.이것은 바로 개혁과 사정은 했으되 지도층 일부인사에 그쳤고 개혁의 국민으로의 확산에는 실패한 것을 말한다.

또 지도층사정도 선택사정이라는 흠집으로 그 의의가 흐려졌기 때문이다.이것은 한마디로 개혁에 적합한 내각이 아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그렇다고 일중심의 능률내각이었나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언제나 머뭇거리다 기회를 놓치기나 하고 소신없이 우왕좌왕하거나 하는 수동형 내각이기도했다. UR협상에 임하는 매너와 그 대응에서 특히 이런 경향이 심했다.게다가 경륜부족서 오는 행정적 미숙과 진보적성향이 어우러져 실패만 거듭했다.

이인모노인문제처리에서 보듯 감상주의적 진보외교로 줄것도 주고 받을 것도주는 영점외교가 그한 예이다.

무노동 부분임금 역시 산뜻한 구호이기는 했으나 너무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해서 많은 반발을 받은 끝에 후퇴했다.

그리고 금융실명제 역시 너무 이상추구형으로 추진, 30조규모로 알려진 검은돈을 산업자금화하는데는 실패했다.

무기명이 아닌 기명장기채를 선택함으로써 1천억원정도밖에 끌어내지 못했기때문이다.

항간의 인식처럼 정말 청와대가 운동권에 점령당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생각이 들 정도다.

너무 명분과 이상을 추구했던 진보내각이었고 실험내각이었다. 잘못끼워졌던첫단추는 고쳐야한다. 21세기의 새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도-.미내지향적 조각 분명 민주주의는 여론정치다. 그런데 묘한것은 이논리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데 있다. 남미에서 보듯 여론대로 하다 나라를 망쳐버린소위 인기주의의 모험을 우리는 보아왔고 또 경험하기도 했다.따라서 새 나각은 인기를 너무 의식해서는 안된다. 복선이 깔린 것이기는 해도 일본정계의 실력자 오자와(소택일낭)가 한 [언론이 하자는대로 하면 나라는 망한다]는 발언을 한번쯤은 새겨볼 필요는 있다.

소신을 가지고 국제화 개방화 그리고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그리고 그 개혁도 경제를 위한 개혁이어야 하고 미래를 위한 개혁이어야 한다.

명분만 쫓다 나라까지 망쳐버렸던 조선조의 제1개국의 실패를 교훈삼아 이제부터 시작되는 {제2개국}의 성공을 위해서도 새로이 구성될 이번 내각만큼은성공적인 조각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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