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황총장 청와대 교감속"총대"

입력 1993-12-01 12:53:00

세찬 반대여론에 부딪쳐 쌀개방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반대}라는 원론적인얘기만 되풀이하던 민자당이 30일을 기점으로 돌변하고 있다. 김종비대표는물론 황명수사무총장등 당수뇌부들이 서서히 개방불가피쪽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만큼 쌀개방이 피할 수 없는 다급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간접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쌀개방현안과 관련, 엉거주춤하던 행보를 보이던 민자당이 이제 정부보다도더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쌀개방이라는 핵폭탄을 혼자서 맞고 있는 김영삼대통령의 짐을 덜기 위한 모습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정가에 지배적이다.*재해대책기금마련을 위한 음악회 참석차 광주를 방문한 김대표는 이에 앞서전남, 광주지역지구당위원장들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여권인사로는 처음으로쌀개방가능성을 시사,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김대표는 [정부가 과도조치로서 농민들에게 손해가 가지않는 대책을 철저히 세운뒤 세계의 추세에 적응해 나가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쌀개방문제에 우리가 좀더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존의당입장과는 분명히 다른 내용.

김대표는 이날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쌀개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완곡하게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는 [일본내에서도 정치적으로 개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는 농업의 경쟁력을 갖추자는 의견이더 많다. 일본의 쌀농사를 좀더 연구해서 미국산쌀보다 더 좋은 쌀을 생산해내면 될 것 아니냐는 의견이 농민들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쌀개방이 어쩔수없는 일이라면 단계적으로 시장을 열어라. 우리가 외국쌀을 안먹고 질좋은일본쌀을 먹으면 될 것 아니냐. 이것이 쌀개방에 대응하는 일본의 논리다]고설명했다. 쉽게말해 일본의 자세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김대표는 이어 [쌀개방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소리만 지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도 이제 여러가지 내일을 생각해 대응하면서 경쟁력있는 농사를 지어야 할때가 왔으며 농촌구조개선사업을 서둘러 먹기위한 쌀농사가 아니라 돈벌기위한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김대표는 결론부분에 이르러 [세상에 최고로 좋은 방법은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적응해 나가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며 [우리도 적응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자신의 얘기를 마무리 지었다.

김대표의 이날 언급에 대해 정가에서 청와대와의 사전교감속에 총대를 메었다는 설이 나돌고 있으나 측근들은 평소 그의 소신이라며 이를 일축하고 있다.김대통령이 지난 대선때 대통령직을 걸고 쌀개방은 않겠다고 말했을때도 이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것.

김대표도 이날 자신의 견해를 밝힌후에 [나도 농촌출신의원이다]고 말한점에비춰 정가에서는 일단 김대표가 사견이든 청와대와의 교감이든 비난을 덮어쓰기로 작정한것 같다는 분석이 적잖다.

*민자당의 황총장도 30일 쌀개방문제와 관련, 이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했다.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쌀개방문제와 관련, [현실을 인정하고 슬기롭게 대처해꿩도 매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것]이라며 [언론이 불가피 하다는얘기를 써줘야 할것 아니냐. 이제 언론이 나서줘야 할때]라며 쌀개방에 대한무조건적인 반대논리에 불만을 털어놨다.

황총장은 이어 [운명적으로 일(쌀 개방)이 닥쳤을 때 지혜롭게 정책결정을하는 것이 진짜 용기있는 정치]라며 [사무총장직도 국회의원직도 버린다는 각오로 어느 방향이 나라를 위해 현명한 것인가를 심각하게 생각중]이라고 쌀개방의 신중한 검토를 제기했다.

또 그는 [UR협상시한인 15일이 며칠 안남았으므로 예산안처리 이후 정부에서국무총리가 총대를 메든지 어떤 단안을 내리지 않겠느냐]며 쌀개방문제를 기정사실화했다.

한편 민자당소속 농촌출신의원40여명이 국회에서 긴급회동, 개방반대결의문을 채택한 자리에서도 해프닝이 있었다. 총재비서실장인 신경식의원이 농촌출신의원들의 모임인 농의회가 미리 작성 준비한 결의문내용중 쌀개방을 절대반대한다는 표현을 끝까지 반대한다로 자구수정을 요구하며 재검토를 주장하는등 결의문을 발표하고서도 수정결의문을 내기로 하는 곡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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