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황파악없이{대책}세우다니"

입력 1993-10-21 22:55:00

20일 경북도에 대한 국회 농림수산위의 국정감사는 질의내용에 알맹이가 빠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냉해가 주관심사였으나 핵심을 찌르는 질의는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그러다보니 의원들은 목청만 돋웠다.

감사장 분위기는 산만했고 정시채위원장의 회의진행도 매끄럽지 못했다. 야당및 무소속의원들은 물론 민자당의원들 마저 정위원장의 회의진행방식을 문제삼았다. 따라서 의사진행발언이 속출, 각자질의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기현상을 빚었다.

오전 감사는 이의근지사와 박병련기획관리실장의 업무보고로 시작됐다. 업무보고에 들어가기전 민주당의 이규택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지난9월17일의성안계에서 발생한 정부양곡매립사건을 들고 나왔다.

김영진의원(민주)과 정태영의원(국민)도 여기에 가세, [의성군수를 증인으로출두시키라]고 요구했다.

여야의원들은 이지사의 업무보고순서를 놓고 또 실랑이를 벌였다. 이규택의원이 [경북이 심각한 냉해피해지역이니 냉해현황과 대책부터 보고받자]며 제의하자, 민자당 의원들은 [순서대로 보고받자]며 제동을 걸었다.박기획실장의 냉해보고가 시작되자,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공세가 가열됐다.김영진의원은 [냉해조사가 1ha미만, 50%이상 피해농가만을 대상으로 실시돼정부가 피해를 축소하려고 있다]며 [지난8월26일 조사때는 벼2백20만섬 감수로 보고하다 9월15일조사에서는 4백20만섬 감수로 늘어나는등 피해조사가 들쭉날쭉, 농민들이 믿을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김의원은 이어 [냉해로 농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있는 만큼 추곡전량수매,추곡가 대폭인상을 중앙정부에 건의할 용의가 없느냐]고 이지사에게 물었다.이에 이지사는 [지난해 수준의 수매량을 수매해줄 것을 건의했으며 정부의재정능력을 감안할때 수매가의 무조건 인상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길재의원(민주)은 [작황이 파악돼야 냉해대책을 세울 것인데 수감자료에왜 9월15일 기준 작황마저 빠져있느냐]며 추궁했다.

냉해현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도청 관계자를 추궁하던 여야의원들은{농어업 재해대책법}의 보상기준을 높이는 문제와 관련, 여야의원들끼리 서로 치고받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보상기준을 현실화할 것을 오래전부터 당론으로 정하고 정부측에 요구했으나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자당의 신재기의원이 [재해대책기준을 상향조정, 재해를 국가가 전액보상하는 것은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므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민주당의 김인곤의원이 [농민이 살아야 하는데 무슨 소리냐]며 치고나왔다.민자당의원들도 지지 않고 [민자당도 {농어업 재해보상법}을 개정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전감사는 막바지에 재해보상법 개정문제로 여야간 공방을 벌이다 끝났다.오후 속개된 감사에서 첫질의에 나선 장영철의원(민자)은 [지역특성을 반영한 농정이 수립되지 않고 중앙의 계획작성지침이나 국고보조계획에 따라 지역농정계획이 수립되고 있다]면서 [농정의 실질적인 지방화가 이뤄져야한다]고촉구했다.

이길재의원(민주)은 [전국에서 한우를 가장 많이 사육하고 있는 경북도에서지사가 추석전 수입쇠고기방출을 지시할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이지사는[추석전 소값이 내리는데도 불구, 정육점의 농간으로 쇠고기값은 오히려 올라물가안정을 위해 수입쇠고기방출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된 질의에서 여야의원들은 냉해조사의 허실, 초지의 골프장 전용,농어민후계자선정과 농기계반값공급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김영진의원(민주)은 [경북에서 쌀 다음가는 주작물인 사과값이 폭락하는 이유가 해태.롯데.진로 등 대기업들이 사과원액주스를 수입하기 때문]이라며[경북도에서 이들 기업 제품의 불매운동이라도 벌여 강력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오후 질의에선 민자당 장영철의원등 3-4명만이 자리를 지켰고 시간에 쫓긴의원들은 대부분 서면질의 답변으로 대체했다.

이날 국감을 지켜본 경북도의회의 한 관계자는 [도의회 농림수산위보다 나을게 없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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