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오한 철학도, 세상을 관조하는 눈도 내게는 없습니다. 다만 살아오는 동안 생각난 조각들을 두서없이 적어 어딘가에 싣기도 하고 긁적여두었던 것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40년 가까이 살아 온 박물관을 명예퇴직하고 교수(부산 동아대)로서 새 인생을 택한 전 국립경주박물관장 이난영씨(59)가 떠나는 시점에서 선보인 {부처님 모시고 가는 당나귀}(정우사)에는 {박물관 인생}으로 표현되는 그녀의 삶의 애환이 진솔하게 담겨있다.
지난 55년 서울에 출장중이던 아버지와 함께 국립박물관(당시 덕수궁)에서열린 {수정으로 본 동방미술}을 관람한 것이 그녀에게 갖가지 시련과 기쁨을안겨준 박물관과 인연을 맺은 계기였다. 까닭없이 쫓겨날 뻔 하기도 했으며온갖 일에서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여자라는 딱지를 떼 주지 않고 오히려 까다롭고 따지기 잘하는 여자로 치부되던 시절마저도 감사와 보람으로 정리하는그녀는 {박물관}이라는 부처님을 모시고 살면서 많은 사랑과 과분한 대접을받았다고 털어놓는다.
[붕긋붕긋 도시 곳곳에 흩어져 주변 산들과 조화를 이룬 신나의 고분들. 거기에 처마를 잇대서 함께 살아가는 경주시민. 그것이 곧 경주인데 잘생긴 고분 두어개만 남겨놓고 모두 개발해야 된다는 어느 도백의 말이 우스개이기를얼마나 간절히 간절히 바랐던가?]
{내일이면 늦으리}라는 단상에서 유적파괴는 초고속시대의 첨단을 가고 있는데, 그렇게 유적이 다 깨지고 나면 이미 때는 늦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현실을 질타하고 경주 시가지를 지나는 포클레인을 볼 때마다 심장이 얼어붙는듯한 두려움과 불안에 떠는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신라금관} {눈 온 만큼만} {자유를 누리려는 고집속에} {세계박물관여행기}등 전 4장에 나누어 실린 51편의 글에는 문화재를 아끼는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