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홀로서기

입력 1993-08-04 08:00:00

좀 지나친 표현이 될지 몰라도 대구지역 섬유업계만큼 중앙정부에 각종 요구사항이 많은 업계도 드문것처럼 보인다. 특히 지역 주종산업인 섬유업계의 건의가 많기는 전국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업계규모가 방대해서 건의할것도 많은지 몰라도 걸핏하면 세금감면이나 금융지원 또 합리화기간 연장등을 내세워관계기관을 머리 아프게 만들어 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금융문제는 불황이조금만 계속되도 비축자금 몇백억원을 지원해 달라는 등의 건의가 관계기관과간담회가 열릴때마다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다.이 단골메뉴는 지난번 경주에서 있은 경제각료들과 대구경북상공인들과의 간담회석상에서도 예외없이 튀어나왔다. 섬유업계선 불황으로 재고가 늘고 있으니 비축자금으로 1천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선것이다. 대구동을보선용 냄새가 나는 간담회여서인지 참석한 부총리등 경제각료들은 긍정적 검토를 하겠다고 했다고 들린다.

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속속들이 모르는데서 오는 지적인지 몰라도 이같은 건의를 접해보면 시대가 바뀌어가고 있는데 업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듯한 느낌을 지울수 없다. 그동안 대구업계의 건의에 대해 중앙정부 관계자들 사이에도 너무 중구난방식이고 식상한 것들이 많다고 비판해 왔다. 자구책에는 특히 인색하면서 지나치게 정부의존적이라고 꼬집기도 했다.그래도 3공이래 6공까지는 정책결정자나 권력층주변에 대구경북출신인사가대거포진, 좀 지나치다 싶은 요구라도 떼(?)를 쓰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상공자원부등 부처실무선에서도 골치는 아프지만 윗분의 의중을 거스르지않기위해서라도 대구건의를 가급적으로 들어주는 방향으로 움직여 온것이 사실이다.

자유경쟁체제 확립정책에 역행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직물업합리화 기간연장도 지역출신 정계인사가 밀고 대구와 연이 닿는 상공부 관계자가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상관을 설득, 무리하게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이제 시대상황은 변했다. 전화한통만 들면 업계의 애로를 들어줄 권력주변의인사들도 거의 사라진 대구를 이해하는 관료들도 거의 퇴진했다.한마디로 지역업계와 중앙의 연결끈이 거의 끊어진 상태다. 대구업계를 이해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동안 특혜를 많이 받아오지 않았느냐고 사시적으로 보는 층들도 많다고들 들린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 과거같이 단골메뉴식 건의가얼마만큼 먹혀들어갈지는 두고 볼일이다. 아마 받아들여진다 해도 겉치레 뿐이 아니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인식아래서 업계일각에서 이젠 정부의존적인 건의보다는 자구노력이앞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끈이 떨어진것이 오히려 진정한 발전을 위한 전기로 삼을 수 있지않나 하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참으로 바람직한 움직임이 틀림없다. 돈을달라 무엇을 해달라는등 식상한요구보다는 차제에 덤핑방지 품질개발등 불황타개의 근본적 대책을 업계스스로가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강연사직물의 경우 대구가 아직 세계제일의 생산지이고 보면 우리 업계가 노력만 한다면 단골메뉴 건의가 없더라도 충분히 홀로서기 할 수 있다고 말하는경제인들도 많다. 건의또한 과보호 시책이나 금융지원등을 과감히지양, 국제공항등 세계도시로 도약키 위한 환경조성에 역점을 두는 것이 설득력 있다는얘기도 매우 의미있는 의견들이다.

과거에만 연연할것이 아니라 이때야말로 대구경제발전의 저력을 보일때다.세계속의 대구를 만들자는 목표를 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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