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금비밀은 보호돼야 한다

입력 1993-07-26 00:00:00

영장없이 하고있는 개인예금계좌추적에 대한 적법성논란이 감사원과 검찰사이에 뜨겁게 일고 있는 모양이다. 검찰은 금융실명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비밀의 보장이 돼 있다는 점을 들어 지금과 같이 영장없이 예금추적을 벌일 경우이를 처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대해 감사원은 감사원이 직접 계좌를 열람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감독원이 열람한 자료를 협조해 주는 형식으로 진행되므로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그러나 지금까지는 검찰도 감사원도 모두 영장없이 계좌추적을 해왔었다. 그러다 갑자기 검찰쪽에서 적법성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엄청난 그후유증때문으로 볼수 있다. 사실 세계적인 추세도 예금의 비밀은 보장받고 있다. 다만 공익입장에서 필요할 경우 예외로 하고 있는 정도이다. 문제는 그동안 우리는너무 남용되었다는 것과 그 법적절차가 전혀 무시돼 왔다는 점이다.그래서 은행돈이 빠져나간다는 금융계의 아우성이 나온지 오래다. 이렇게 자본이 유출되면 자연 우리경제의 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경제는 때로는 사회정의의 입장으로만 보면 잘못된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이를 일일이밝혀내면 자본주의 틀자체가 기우뚱하고 만다. 따라서 예금계좌추적은 효율성이 낮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적절차와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행하는것이 옳다.

그것은 마치 독서를 한다고 촛불을 훔쳐서는 안되는 것처럼 사회정의를 위한다고 법치주의의 기본을 깨서는 안되는 것과 같다. 그동안 군사독재정부는 국가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침해가 많았었다. 그런데 새로운깃발의 문민정부마저 사회정의라는 이름으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면 독재를 비웃을 명분을 잃고 말게될 것이다.

또 그것은 군사정부도 문민정부도 모두 효율을 이유로 하고 있다는 점도 같다. 일일이 영장을 받아서 예금계좌를 추적한다면 어느세월에 하느냐하는 논리 그자체가 국가발전이 급한데 개인인권이나 사생활을 모두 보장해주느냐는논리와 오십보백보일뿐인 것이다.

자본주의는 어디까지나 경제적개념이다. 이를 너무 법률적으로 해석하여 법테두리에 묶어두어서도 안되고 사회정의차원으로 옭아매어서도 안된다. 자본의 육성에 범법이 개재되어서는 물론 안되겠지만 하나하나 적법여부를 따지는결백주의가 있어서도 안된다. 또 경제정의와 경제발전이라는 것도 반드시 동행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배치될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근융실명거래에관한 법을 집행하는것이 옳다고 본다. 특히 복잡다단해진 현대의 사회경제구조하에서는 더욱 그러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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