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우리의 유월

입력 1993-06-30 08:00:00

유월은 보리가 누렇게 익는 계절이다. 회색빛 도회지에서도 뙤약볕아래 일렁이는 황금빛 보리바다가 보이는 듯하다. 윤용하님의{보리밭}을 목청껏 부르고싶어진다. 하지만 뭔가가 목에 걸릴 것 같은 거리낌이 없지 않다. 유월은 뿌리 깊은 상흔의 달이기 때문이다.휴전 이후 사십 년 동안 우리 민족의 아픔은 늙으신 어머니의 산후병처럼 이맘 때면 재발한다. 유월에는 잊은 듯 묻어 둔 기억이 되살아 난다.삼년에 걸친 전쟁이 이 산하 구석구석에 입힌 상흔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명분없는 싸움이 남긴 상처는 치유되지 않은 채 우리네 의식속에 언제까지나 통증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 아픔이 어찌 유월에만 한정된 것이며 또 어찌 전쟁을 체험한 세대만의 것이겠는가. 다만 삼팔선 침략이 유월에 발발했고 그때 산화한 젊은 넋들의 충렬을 기리고 위로하는 현충일이 유월에 있기에 유월은 모든 아픔을 집약하고대표하는 성 싶다.

서로 반대 편에 서서 총부리를 겨눔으로써 이미 나뉘어진 현실은 더욱 참담하게 갈라서야 했다. 나뉘어져서 맺힌 한은 합해져야만 비로소 풀어지는 것이리라. 그러나 아직은 아픈 가슴 쓸어내리며 견뎌야 한다.

모든 장애요소와 정치적 어려움을 극복하여 하나될 여건이 성숙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우리 민족의 진정한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 하나된 하늘을 한마당에 서서 바라볼 그날까지 뜻을 모아야 한다.유월의 마지막 날, 차마 잊을 수 없는 우리의 유월을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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