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협상진전 새카드 제시설

입력 1993-06-11 00:00:00

제3차회담에서는 회담이 열린 것 자체가 북한이 뭔가 새로운 카드를 제시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었다.이같은 추측은 10일 낮 12시45분 강북한 대표가 웃는 얼굴로 나와 기자들에게 [회담을 휴식하고 오후3시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는 얘기를 함으로써 기자들은 [혹시 오늘중으로 타결이 되는게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을 자아내게 했다.

그러나 오후회담은 다시 길어져 현지시간 밤 7시45분께야 끝났다. 이날 회담은 강석주가 회담후 기자들에게 누차 강조한 대로 {진지하고 구체적이었으며분위기가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날 회담후 칼루치 미국 대표를 만나고 나온 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표는 [브리핑받은 회담내용에 대해 입을 다물기로 해 지금으로서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다. 다만 12일안에 미-북한이 어떤 형태든 합의를 볼 것으로 확신한다]는 점으로 봐 성급한 추측일수도 있지만 중대 고비는 넘긴게 확실하다는분석이다.

이를 뒷받침이나 하듯 한 외교소식통은 [이미 해답은 나와있다. 이제 미국에주사위가 던져진 것이다]는 말로 이번 회담의 분위기를 전했다.그러면 이날 과연 북한이 제의한 것은 무엇이며 두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토의를 했을까.

주유엔 한국대표부 관계자들은 미국측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에대해 두가지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즉 북한이 1-2개월 NPT에 탈퇴를 유보하고 미국과 대화를 계속한다는 것과 북한이 미국에 대해 상당한 요구를 하고 대신 NPT에 조건부로 잔류를 한다는 것이다.

첫째번 1-2개월 탈퇴유보설은 북한으로서 좋게보면 얻을 것은 최대로 얻고국제사회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시간벌기작전}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미국의 불신을 살수가 있다. 이점에 대해 워싱턴 카네기 재단 연구원 스펙트박사는 이미 지난3일일본 요미우리신문과 회견에서 그 가능성을 제시, 만일 북한이 60일간 탈퇴를 유보하고 협상을 계속하자고 제의해 오면 미국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바 있다.

다음으로 북한은 오늘 회담에서 일단 NPT는 잔류하되 미국에 대해 [북한을적국으로 대하고 북한의 사회주의체제를 부정하며 각종 제재조치를 지난40여년간 계속하고 있는 대북정책을 변경하라]는 근본적인 요구와 팀스피리트훈련중단, 한반도 핵우산 제거등 상당한 조건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북한 대표들은 이번 회담기간중 근10일간 뉴욕에서 머물면서 공공연히 [우리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핵문제는상호신뢰만 있으면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는 지엽적인 문제이다]고 수차 강조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북한을 휴전중인 적국, 깡패의 나라,불법천지등으로 매도해온 미국으로봐서는 근본적인 대북정책을 변경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이다.

만일 북한이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이같은 요구를 해 왔을 경우 이는 미국의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문제이지만 장기적으로 봐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일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설득외에도 동맹국인 제3세계 국가, 그리고 중국등으로부터 만일 NPT에서 탈퇴하면 23년만에 처음으로 회원국이 불만을 가지고 나가는 것으로 NPT자체가 깨지는 중대한 일이 일어나 도저히 북한으로서는 감당할수 없을 것이라는 충분한 설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따라서 북한이 스스로 모든 잔꾀를 포기하고 NPT에 잔류를 해야겠다는 확신이 섰다는게 분명하면 비록 요구하는 것이 미국으로서는 수락하기가 쉽지 않더라도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의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해결방안이 멀리있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만에하나 북한이 끝내 핵을 포기하지 않고 NPT탈퇴를 시간벌기의 속임수로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 드러날때는 유엔제재-무력대결-긴장고조등 북한의 핵을 둘러싼 한반도에서의 악순환이 불가피하게 될 우려도 없지않다. 내일이면 비록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결판이 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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