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족? 전 제2월급 받을래요"…배당주로 눈 돌리는 개미들

입력 2021-10-14 10:53:48 수정 2021-10-14 19:06:45

국내 매월 배당 종목 '바다로19호' 뿐…꼬박꼬박 받으려면 해외주식 섞어야
코카콜라·나이키 등 1·4·7·10월에…애플·스타벅스 등 2·5·8·11월 지급
고배당에 월배당 주는 ‘리얼티 인컴’ 1억 투자했다면 배당금 34만8000원

국내 증시가 조정 국면을 맞으면서 그나마 안정적인 '배당주'로 눈을 돌리는 개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내 증시가 조정 국면을 맞으면서 그나마 안정적인 '배당주'로 눈을 돌리는 개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에서부터 주식을 시작한 3년차 직장인 이모(30) 씨는 증시로 번 돈을 또다시 증시에 투자해 공격적으로 자금을 불렸다.

이는 상승장에서는 가능한 법. 하지만 대내외 악재로 최근 3개월 동안 코스피가 계단식 하락을 맞으면서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이 씨는 "최종 목표는 경제적 독립이었다. 시드머니의 최고 2~3배까지 불린 적이 있었다"면서도 "요 근래 증시가 하락하는 탓에 투자금액이 원금으로 되돌아가고 있어 은행 대출 이자를 생각하면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 코스피가 2천900선 아래로 떨어지면 엄청나게 손실이 불어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달 5일 3천선이 무너진 코스피가 2천900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5일 3천선이 무너진 코스피가 2천900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내외 악재 탓에 국내증시 3개월간 큰 조정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중국의 헝다그룹 사태와 전력난 등 대외 불확실성에 네이버·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규제 논의 등 대내 이슈로 국내 증시는 3개월간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 지난 5일 코스피는 2% 가까이 급락하면서 3천선이 6개월여 만에 붕괴됐다.

상반기만 해도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온다는 얘기가 들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회사는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주'라 불리는 삼성전자는 약 10개월 전 가격인 '6만 전자'로 되돌아간 상황.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최고치(15만500원)을 찍은 뒤 꾸준히 내려 연중 최저치를 맞았다. 또 금융당국·정치권발 '플랫폼 규제' 논의 소식에 대표적인 IT기업 네이버·카카오도 고점 이후 각각 10%, 30% 이상 주가가 빠졌다.

투자자 윤모(28) 씨는 "어쩌면 최근 장의 모습은 지난해 코로나19 폭락장 뒤 시작해, 상승장밖에 겪어보지 못한 '주린이(주식+어린이)'에게 혹독한 가르침을 주는 게 아니었나 싶다"며 "하락장에서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은 배당주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말했다.

◆"주가 요동치니 무섭다"...고배당주 관심 갖는 개인 투자자들

윤 씨의 말처럼 최근엔 '제2의 월급'처럼 따박따박 받고자 배당주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투자자금을 공격적으로 늘려,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조기 은퇴(Retire Early)의 준말인 '파이어족(FIRE)'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횡보장이 계속 될 때는 쉽지 않다는 깨달음에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일 보고서에서 "그동안 주가 상승 국면에서 저평가된 종목들이나 산업들이 사라졌다.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면서 "증시 주변 여건이 불안한 만큼 고배당·리츠(REIT) 등 저변동성 관련 산업들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매달 배당금을 받으려면 해외주식 투자는 필수적이다. 국내의 경우 1년에 1번 3~4월 사이에 들어오는 결산배당과 1년에 2번, 4~5월과 8~9월 사이에 들어오는 반기배당, 그리고 3~4월, 5~6월, 8~9월, 11~12월 1년에 4번 주는 분기배당이 있다.

국내에서 월배당을 하는 종목은 '바다로19호' 단 하나다. 이를 제외하곤, 국내주식에서는 나머지 1, 2, 7, 10월, 총 네 달은 배당금을 받을 수 없다. 1년 12개월 꼬박꼬박 배당금을 지급받고 싶다면 해외주식을 적절히 섞어야 하는 이유다.

TSMC·코카콜카·펩시코·나이키 등 1, 4, 7, 10월에 배당금을 지급하는 주식이나 애플·스타벅스·P&G 등 2, 5, 8, 11월에 배당금을 지급하는 주식을 섞는 게 그 예다. 다만 이 같은 종목들은 연간 배당수익률이 0~3%대여서 적은 돈으로 '제2월급'을 받으려는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배당문화가 잘 발달된 미국주식에는 고배당이면서 심지어 월배당을 주는 주식도 있다. 대개 투자자가 부동산에 간접투자할 수 있는 리츠회사가 이에 해당한다.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에도 언급되는 종목인 '리얼티 인컴'은 주택과 상업용 리츠에 투자하는 부동산 투자 신탁회사로 배당 수익률이 연 4.18%인 월배당을 하는 회사다. 얼추 이 종목에 1억을 투자했다면 월 배당으로 34만8천원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배당금은 회사 사정에 따라 끊길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에 이 회사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비슷한 금액으로 배당을 지급해왔는지 알 수 있는 '배당 내역(Dividend History)'을 잘 따져봐야 한다.

일례로 리얼티 인컴의 경우 지난 2013년 7월부터 배당이 지급된 이후 올해 9월까지 배당금을 꾸준히 지급하고 있고, 배당금도 계속 늘려오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주가가 폭락했을 시기에도 오히려 배당금은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리얼티 인컴의 배당 내역. 지난해 코로나19로 주가가 폭락했음에도 배당금은 줄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나스닥 홈페이지 캡처
리얼티 인컴의 배당 내역. 지난해 코로나19로 주가가 폭락했음에도 배당금은 줄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나스닥 홈페이지 캡처

배당 수익률이 9월 기준 연 4.96%로 월배당을 하는 미국 부동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있다. 미국 중·소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종목으로 구성된 'Invesco KBW Premium Yield Equity REIT ETF'(KBWY)다. 코로나19 이전엔 배당 수익률이 연 10%를 상회할 정도였지만 지난해 8월 배당금이 정점을 찍은 뒤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리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고배당을 하는 부동산 관련 주식은 꽤 많이 찾아볼 수 있다"면서도 "연 10% 이상의 초고배당을 하는 종목은 대부분 일시적이거나 위험할 수 있다. 주가의 변동성이 심하지는 않는지, 역대 지급 배당금이 꾸준한지 등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당금에는 세금이 붙는다

배당금에는 세금이 붙어 내 지갑으로 들어올 때는 액수가 줄어든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배당 수익금이 연 2천만원 이하라면 15.4%의 배당소득세가, 그 이상일 경우 종합소득세로 별도 계산돼 과세된다. 지난 2월 출시돼 주식 거래가 가능한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배당 수익의 절세 효과를 노려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입일로부터 만 3년이 지났을 때부터 국내 주식에서 발생한 배당 소득 200만원까지는 비과세되고 이를 넘어서는 금액도 기존 15.4%의 세율이 아닌 9.9%의 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해외 주식 투자는 중개형 ISA로 할 수 없다. "당장의 큰 이익은 없어 보여도 계속 장점이 늘어나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두는 게 이득"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권고다.

국내 주식·국내 주식형 펀드 등에서 연간 5천만원이 넘는 매매 차익이 발생할 경우 현재 비과세에서 2023년부터는 20% 이상 25% 이하의 금융투자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ISA를 통해 거래할 경우 매매 차익의 금액과 상관없이 전액 비과세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30일 3,296.68로 마감했던 코스피는 3개월이 지난 지난달 30일에는 3,068.82로 주저앉았다. 지수는 230포인트 가까이 빠지며 등락률은 -6.91%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공포로 증시가 패닉에 빠졌던 작년 1분기 이후 분기별 상승률로는 첫 마이너스다. 연합뉴스
지난 6월 30일 3,296.68로 마감했던 코스피는 3개월이 지난 지난달 30일에는 3,068.82로 주저앉았다. 지수는 230포인트 가까이 빠지며 등락률은 -6.91%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공포로 증시가 패닉에 빠졌던 작년 1분기 이후 분기별 상승률로는 첫 마이너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