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피베르디 꽃학교에서 배운 자연주의 꽃꽂이 철학으로 지역 꽃 문화 확산에 앞장
300여 명 플로리스트 키워낸 문경의 꽃 선생님,10여 년간 꽃꽂이 교실 진행…
경북 문경에서 꽃을 통해 시민들의 일상을 아름답게 가꾸고, 지역의 꽃 문화 확산을 위해 오랜 시간 묵묵히 노력해 온 플라워 아티스트 김숙경(60) 씨가 주목받고 있다.
화훼산업 기반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지역 여건 속에서도 사비까지 들여 문경 문화의거리 내 피움직업전문학교에서 10여년 째 꽃꽂이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플로리스트(화훼장식가)양성과 시민들의 정서 함양에 힘써고 있어 지역사회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화훼장식기사 자격을 취득한 뒤 프랑스 앙제(Angers)에 있는 피베르디(Piverdie) 꽃학교에서 전문적인 화훼장식을 공부한 김 씨는 지난 10여 년간 꽃꽂이 교육을 통해 수천 명의 수강생을 만나고 300여 명의 플로리스트를 양성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꽃을 경조사나 특별한 기념일에 주고받는 일회성 선물에 머물게 하지 않고, 누구나 일상에서 가까이 즐길 수 있는 생활문화로 확산시키는 데 힘써왔다.
이러한 노력이 문경 시민들의 정서 함양은 물론 지역 화훼문화와 관련 상권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 씨의 꽃꽂이 교육은 단순히 꽃을 아름답게 배열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민들이 직접 꽃을 만지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와 정서적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데 의미가 있다.
◆프랑스에서 깨달은 꽃꽂이의 본질… 자연을 넘어설 수 없는 인간의 창조
김 씨가 추구하는 꽃꽂이 철학의 중심에는 자연이 있다.
그는 프랑스 유학 당시 교수들로부터 "인간의 창조물은 신이 만든 자연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꽃꽂이는 화려하고 복잡한 기법을 활용할수록 더욱 멋진 작품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인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면서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됐다.
프랑스 사람들은 주말 장을 보면서 그 계절에 가장 흔하고 싱싱한 꽃 한 다발을 사거나, 길에서 발견한 예쁜 단풍 가지 하나를 집으로 가져와 화병에 자연스럽게 꽂아두곤 했다.
특별한 장식 기술을 뽐내기보다 계절이 선사하는 자연의 모습을 일상 공간에 담아내는 데 익숙했다.
김 씨는 그 모습을 통해 꽃꽂이의 아름다움은 반드시 화려한 기술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지금 이 계절에 피어난 꽃과 나뭇가지를 집 안으로 들여와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꽃을 가장 아름답게 즐기는 방법이라는 깨달음이었다.
◆"꽃이 들판에 서 있던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직업전문학교 등에서 꽃을 가르치다 보면 김 씨가 수강생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꽃을 사 오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꽂으면 왜 이렇게 어색한지 모르겠어요."
꽃을 좋아하는 마음은 있지만 막상 꽃을 화병에 꽂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김 씨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부터 내려놓으라고 조언한다.
그는 "꽃이 들판에 서 있던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햇살이 비치면 그 빛을 따라가듯 계절이 주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습니다"라고 말한다.
정해진 형식이나 복잡한 기법에 얽매이기보다 꽃이 가진 고유의 형태와 색감, 자연스러운 흐름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철학은 꽃꽂이를 전문가만의 영역에서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생활예술로 바꾸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화병 하나로 만나는 사계절… 꽃은 일상 속 작은 쉼표
김 씨는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계절이 어떻게 왔다가 지나가는지 놓치기 쉽다고 말한다.
그는 "집 안의 작은 화병 하나에 제철 꽃을 담아두면 매일 아침 눈을 뜨고 물을 갈아줄 때마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봄의 조팝나무가 주는 설렘, 여름 칸나의 청량함, 가을 국화의 그윽함, 겨울 삼나무 가지의 묵직한 향기까지 꽃은 우리에게 계절을 만나게 해주는 가장 다정하고 정직한 통로가 되어준다"고 덧붙였다.
꽃 한 송이가 주는 기쁨은 거창한 비용이나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철 꽃과 작은 나뭇가지 하나만으로도 집 안에 계절의 풍경을 만들 수 있다.
김 씨가 오랜 시간 꽃꽂이 교육에 힘써온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꽃을 통해 시민들이 자연을 더 가까이 느끼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작은 아름다움과 행복을 발견하도록 돕고 싶다는 것이다.
◆김숙경 씨가 전하는 생활 속 꽃꽂이 연출 팁
김 씨는 전문적인 플로리스트의 기술이 없어도 몇 가지 요령만 익히면 누구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꽃꽂이를 즐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첫째,꽃의 길이에 변화를 줘 율동감을 살린다.
꽃을 화병에 꽂을 때 줄기를 모두 같은 길이로 자르기보다 한두 송이는 높게, 나머지는 낮게 배치해보자. 꽃마다 높낮이에 차이를 주면 바람이 통하는 길목처럼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둘째, 주변에서 만나는 소박한 자연 소재를 활용한다.
꽃집에서 구입한 계절 꽃에 강아지풀이나 갈대, 열매가 달린 가지, 작은 나뭇가지 등을 한두 줄기 곁들이면 더욱 풍성하고 입체적인 느낌을 낼 수 있다. 자연에서 만나는 소재를 활용하면 꽃과 주변 풍경이 어우러지는 자연주의 꽃꽂이를 완성할 수 있다.
셋째, 매일 아침 1분의 정성으로 꽃을 돌본다.
화병의 물을 매일 깨끗하게 갈아주고 줄기 끝을 사선으로 조금 잘라주면 꽃을 더 오래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꽃을 돌보는 짧은 시간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잠시 여유를 찾는 일상의 작은 휴식이 될 수 있다.
김 씨는 꽃꽂이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퇴근길이나 산책길에 눈에 띄는 제철 꽃 한 송이를 가져와 식탁 위 작은 화병에 꽂는 것만으로도 삭막했던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꽃으로 지역사회에 아름다움을 전하다
김 씨의 활동은 개인의 취미나 예술적 성취를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문화적 실천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화훼문화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한 지역에서 꽃꽂이 교육을 이어가고, 시민들이 꽃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왔다는 점에서다.
꽃을 특별한 날에만 소비하는 선물에서 벗어나 일상적으로 즐기는 문화로 확산시키려는 노력은 지역의 생활문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더하고 있다.
김 씨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김형묵 한의원을 운영하며 지역사회 봉사에 힘써온 김형묵 원장의 아내이기도 하다.
화려한 작품보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특별한 날의 선물보다 일상의 작은 행복을 전하고 있는 김숙경 씨.
그녀는 꽃을 통해 시민들이 조금 더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김숙경 씨는 "시민들이 꽃 한 송이에서 여유와 즐거움을 발견하고, 팍팍한 삶이 잠시라도 풍요로워 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