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법원 "입주민 감시·견제 무력화…임면권 이용해 범행 지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 회의실 녹음을 막으려고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지시해 폐쇄회로(CC)TV 연결선을 뽑게 한 입대의 회장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3단독(박진숙 부장판사)은 재물손괴교사와 업무방해교사 혐의로 기소된 포항 한 아파트 입대의 회장 A(67) 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입주민 소유인 CCTV 기능을 일시적으로 못쓰게 하고, 관리소장의 CCTV 영상 관리 업무를 방해하도록 교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7일 오후 6시 45분쯤 자택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 시설주임 B씨에게 전화를 걸어 "회의실 CCTV로 음성까지 녹음돼 골치 아프다. 뜯어버릴 수 없느냐. 녹음되지 않게 바로 조치해 달라"고 지시했다. B씨는 지시에 따라 3분 뒤 회의실에 설치된 CCTV 카메라 1대의 전원 연결선을 분리했다.
A씨는 재판에서 "끄는 방법을 단순 문의했을 뿐이고, 물리적 파손이 없어 재물손괴가 아니며, 입대의 의결에 따른 정당행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판사는 "인사 임면 권한을 가진 A씨가 직원에게 구체적으로 지시했고, 전원선을 뽑아 본래 기능을 못 하게 한 것도 일시적인 재물손괴에 해당한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구나 입대의 사전 의결도 없었던 것으로 재판에서 확인됐다.
박 판사는 "회의 공개와 CCTV 설치 등은 막대한 자금을 집행하는 입대의를 투명하게 감시·견제하기 위한 필수 장치"라며 "피고인은 입주민들의 정당한 감시 권리를 무력화했고, 범행 후 처벌을 피하려고 직원에게 자의로 선을 뽑았다는 탄원서까지 쓰게 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