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김교영] 축의금이 밥값인가

입력 2026-10-2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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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결혼식 청첩장이 답지한다. 친인척, 친구, 직장 동료들의 자녀가 결혼을 한다니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결혼을 꺼리는 세태여서 혼사(婚事)는 더 반갑다. 그러면서도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축의금 인플레이션이 심상치 않다. 어느새 무난한 축의금 액수는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바뀌었다. 20만원짜리 봉투도 낯설지 않다. NH농협은행이 2023~2025년 고객 115만 명의 축의금 이체 533만 건을 분석했더니, 평균 축의금은 2023년 11만원에서 지난해 11만7천원으로 6.9% 올랐다. 같은 기간 5만원 송금(送金) 비중은 46.5%에서 42.3%로 줄었다. 반면 10만원은 36.1%에서 39.7%, 20만원은 6.1%에서 7.5%로 늘었다. 일부에서는 '참석하지 않고 축의금만 보낼 경우 5만원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깔끔한 방법'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예식장 식대(食代)가 축의금 인상의 주범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결혼식장 1인당 식대 중간값은 5만8천원이었다. 대구의 웨딩 식대는 보통 5만~7만원대다. 서울 강남권은 중간값이 9만원을 기록했다. 부부가 축의금 10만원을 내고 식사를 하면, '몰염치'가 아닐까 걱정할 만하다. "친구 결혼식에 축의금 10만원을 냈다가 식대(11만원)보다 적게 냈다는 이유로 항의를 받았다", 가족 4명이 직장 동료 결혼식에 참석해 식사를 하고 축의금으로 10만원을 냈다 등의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비싼 식대와 축의금 부담은 예식장 하객(賀客)을 줄게 만든다. 요즘은 가까운 사람의 결혼식만 참석하고, 다른 결혼식에는 계좌로 축의금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축하하러 가는 것'마저 고민거리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상당수 혼주들은 예식장 식대 계약 때 요구된 최소 보증 인원을 채우지 못할까 봐 "꼭 오셔서 식사하시라"는 당부 전화를 돌리기도 한다.

축의금에는 '받은 만큼 반드시 돌려준다'는 계산보다 '기쁜 날 함께 마음을 보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형편이 어려우면 적게 내도 되고, 여유가 있으면 더 넣으면 된다. 그런데 지금은 친분보다 식대가 먼저 계산된다. 결혼식이 축하의 자리가 아니라 '먹은 만큼 돈 내는 자리'로 인식되면, '축의'(祝儀)는 설 자리를 잃는다.

kimky@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