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럭 美특사 "석유-안보 교환 끝났다…중동, 스스로 지켜야"

입력 2026-10-21 10:15:49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배럭 특사, 도하안보포럼서 "석유 대가 안보 제공, 미국 우선순위 아냐"…역내 소규모 동맹 전환 촉구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8회 도하안보포럼에서 톰 배럭 미국 시리아·이라크 특사가 중동 안보 정책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8회 도하안보포럼에서 톰 배럭 미국 시리아·이라크 특사가 중동 안보 정책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톰 배럭 미국 시리아·이라크 특사가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도하안보포럼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석유-안보 교환 관계는 더는 미국의 우선적 필요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중동 국가들에 자주국방을 촉구했다.

배럭 특사는 이 자리에서 "지난 80년간 세계의 안보를 보장해 온 미국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메시지는 동맹을 버린다는 게 아니라 관계를 재정립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중동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고 싶어 하지 않고, 걸프 국가들도 미국이 자국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고도 했다.

배럭 특사는 중동 국가들이 역내 협력을 통해 안보를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파키스탄·튀르키예 간 방위협정처럼 규모가 작고 다변화된 동맹으로 전환하는 방향이 옳다고 평가했다.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이 "십 대 자녀를 키우는 것과 같아 쉽지 않다"고도 털어놓았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유럽과 아시아의 안보 회의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자립을 촉구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2026년 국가방위전략은 역내 파트너들이 이란과 그 대리세력 억제에 '1차적 책임'을 지도록 명시하고 있다.

배럭 특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말 시작한 이란과의 전쟁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고 인정했다. 중동을 한 번의 움직임으로 전체 구도가 달라지는 '루빅큐브'에 빗대며, "이라크·리비아·아프가니스탄에서 지도자나 정권을 바꾸려 한 것은 매번 잘못된 판단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걸프 국가들이 미국과 이란의 교전 재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나왔다. 걸프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을 만류했지만 실패했다. 이제는 미국이 전쟁에서 발을 빼려 하면서 한층 공격적으로 변한 이란을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은 처지다.

특히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미사일·드론으로 사우디 에너지 시설과 리야드 국제공항을 공격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에 군사 개입을 요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역할을 정보와 지침 제공으로 제한했다. 중동 국가들이 전쟁 초반 방공 전력을 대거 소모한 터라 이란의 추가 미사일·드론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배럭 특사는 그러나 "우리는 떠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해 사우디를 주요 비(非)나토 동맹국으로 지정했다. 카타르와 바레인, 쿠웨이트도 이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이란 주변에는 세 번째 항공모함과 해병원정대를 추가 투입하는 한편, 교전 재개에 대비한 보급도 확충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자립을 촉구하면서도 군사적 관여는 오히려 확대하는 모습이 엇갈린 신호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미국 당국자들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놓는 탓에 미국의 신뢰성이 훼손돼 역내 국가들이 위험 분산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